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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Dec 14. 2024

19. 대를 이어 전해지는 침술의 비법

존재와 적멸 19. 침술은 고도의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최고 무술이라네.

청산거사는 승문을 반듯하게 눕혔다.

동굴이라서 바닥이 고르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그 생각만이 승문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그는 침통에서 침을 빼어 심혈을 기울여 침을 놓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약간 따끔한 정도였다. 그런데 침을 놓고 나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뚜렷이 느껴졌다.

뿌옇게 안개가 끼인 뇌가 청소가 되는 느낌이었다. 안개가 걷히는 맑아졌다. 코의 막힘도 어느 순간 뚫어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혈순환이 되고 있었다.

처음 맞아보는 침술이 승문의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승문은 가만히 있다 질문을 했다.

“스승님, 침술이란 것이 원래 이렇습니까? 뭔가 몸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의 피가 내려가고 맑아집니다. 코막힘도 뚫리고 위장도 시원합니다. 어찌 이런 효과가 있습니까?” 

“침술은 고도의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최고 무술이라네. 자세히 보면 작은 창이지 않은가? 사람은 죽이는 무술이 아니라, 살리는 무술일세. 침술로 풍운조화가 일어나듯 몸에서 나쁜 사기는 몰아내고 정기는 모으는 것이야.”

“침술이 왜 무술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무술은 태권도나 쿵후, 유도 합기도 같은 것 아닌가요? 검술이나 창술, 봉술, 궁술 등도 무술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침술은 왜 무술이 될 수 있나요?”

“무술은 외공의 외부적인 힘과 내공의 내부적인 힘으로 나눠지네. 그 힘이라는 에너지를 가하는 것이 무술이야. 그런데 침술은 외공과 내공이 절정에 달해야 강력한 효과가 있다네. 무조건 좋은 경혈에 놓는다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세.”


승문은 그의 말을 이해는 하지만 어렵게 생각이 되었다.

“스승님 좋은 경혈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훌륭한 스승의 제자는 똑같은 수준의 침술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수없이 많은 사례들이 그렇지 않네. 그건 피카소의 제자라도 해도 최고의 화가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네.”     

승문은 침술의 세계가 심오하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이해하거나 공부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승문은 다시 질문을 했다.

“침술의 고수는 침놓는 것이 다른가요?”

“당연히 모든 것이 다르다네. 겉으로 보면 침을 놓는 것은 비슷하네, 하지만 내공이나 외공의 차이가 많은 거야. 침을 놓을 때의 자세와 기에너지의 강도, 정확한 기에너지의 주입 등도 매우 중요하다네. 알고 보면 무술과 완전히 동일하다네.”

“만약 그러하다면 침술의 세계도 무술처럼 심오한 체계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오늘 처음 침술의 세계에 대해 입문하는 것 같습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천고의 비술이 그리 단순하겠는가? 시중에 수많은 침술가가 있지만 진정한 고수를 찾기가 어려운 이유가 그러한 점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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