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적멸 20. 그 신비한 침술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네.
승문은 순식간에 침술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진정한 고수는 침술 자체가 다른가요?”
“무술고수는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네. 수 십 년간 뼈를 깎는 수련을 해서 무술고수가 되지 않는가. 그와 같이 침술의 고수도 그런 과정을 통해야만 된다네.”
“오늘 처음 침을 맞았지만 효과가 너무 특이합니다. 이렇게 몸이 맑아지고 힘이 솟구치는 느낌은 처음입니다. 마치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입니다.”
“맞는 말이네. 침술은 환골탈태를 만드는 효능이 있다네. 그 신비한 침술효능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네. 침은 몸의 경락과 신경, 혈액, 호르몬을 움직이고 재배치하는 힘이 있다네.”
승문은 점점 더 깊이 침술의 깊은 물길에 잠기고 있었다.
그러한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청산거사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눈빛은 침술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된 것 같네. 침술의 세계에 입문해서 수련을 한번 해 볼 터인가?”
“스승님,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평생 찾던 그 무엇이 침술인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는 오늘 침술만 경험했을 뿐이네. 앞으로 이 세계로 입문하려면 필수적으로 약초의 세계에도 입문해야 하네. 한약의 세계는 더욱더 신기한 기적이 많다네.”
“정말 그러한지요?”
그는 동굴 안의 건조된 약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약초는 우주의 기운을 머금은 것이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저런 약초 하나를 만들 수 없다네. 약초 하나가 온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거야.”
“정말 그렇습니다. 약초나 한약이 엄청난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겠군요.”
“그렇지. 한약은 엄청난 에너지가 함유된 것일세. 내가 문제를 하나 내겠네. 자네는 창술을 하는 고수와 총을 든 사람이나 폭탄을 지닌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그야 당연히 총을 들거나 폭탄을 지닌 사람이 이기지 않겠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창을 잘 던지는 사람이라도 총이나 폭탄 앞에서는 절대 안 되는 법이네. 아메리칸 원주민들인 인디언들이 창과 칼, 활을 잘 다뤘지만 총이나 폭탄을 든 양키족들의 군인들에게 학살당하지 않았나. 그와 같은 거야.”
“스승님, 그 말씀인즉슨 침술은 창이나 화살에 비유되고 한약은 총이나 폭탄이라는 말씀이신지요?”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총알은 화약이 터지면서 발사되지 않는가. 작은 총알이라고 해도 화학적 무기인 것이지. 한약도 천연약재라는 화학적 작용을 지니기 때문에 그런 비유를 한 것일세. 질병을 치료하거나 환골탈태에는 한약의 효과가 그만큼 막강하다는 뜻이야.”
“아. 예, 이제 이해가 됩니다.”
승문은 의술의 세계에 도취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그렇게 찾아 헤맸던 그 무엇을 만난 느낌으로 가슴이 충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