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적멸 14. 운명과 관계된 사건은 생의 어느 한 시기에 나타나네.
산천과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약초가 효과가 있을까?
조약으로 쓰는 약초는 그 정도로 흔한 것이었다. 이름모를 약초이거나 나무로 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때때로 그것은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몇 번 복용하시더니, 벌떡 일어나셨다.
불과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산책을 하러 나가셨다.
그 모습을 보시더니, 어머니가 승문을 불러 말씀하셨다.
“얼라야, 니는 인제 돌아가 보거래이. 내가 보니까네 너거 아버지 안 죽을 끼다. 누워서 똥 오줌 싸던 양반이 저렇게 산책하는 거 보면 괜찮을 끼다.”
승문은 등 떠밀려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 후 한 달 정도는 늘 대기상태였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끔은 전화가 있는 자형집에 가서 한 번씩 물어봤다.
“누비야 집에서 전화 왔나? 아부지 어떻게 됐다 카노?”
“괜찮다 카네. 이제 밥도 잘 드시고 일도 한다 카더라.”
실제로 그랬다. 집으로 돌아간 지 한 달 후쯤엔 완전히 몸이 좋아진 상태였다. 세 달 후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을 때, 완전 정상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아버지는 별 다른 병 없이 살았다.
과연 부산의 대형 병원 3 군데서 한 진단은 오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 분명히 누워서 거동을 못했고 생명이 위태로웠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완쾌된 것은 무슨 치료의 효과일까? 승문은 이 모든 순간을 흑백영화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일부 빛바랜 기억은 있겠지만 민간조약의 힘을 그때 처음 느꼈다.
서양의학에서 2주간의 시한부 선언은 무엇이었을까?
말기 간경변을 고친 그 민간조약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승문은 한의학의 그 엄청난 난치병 치료의 기적을 일찍이 경험했다. 그 기억은 의학에 대한 뿌리 깊은 관심을 지니게 했다.
잠시 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청산거사가 승문을 일깨웠다.
“자네의 삶에서 생명과 의술에 관한 생각을 한 모양이로군. 운명과 관계된 사건은 생의 어느 한 시기에 반드시 나타나네. 어느 날 뜬금없이 운명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네.”
“예, 맞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죽음과 말기암에서 회생한 경우입니다. 의학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자네의 누이가 죽은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승문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한참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왜 갑자기 죽었는지 오래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부친은 왜 회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가?”
승문은 깜짝 놀랐다.
한 번도 부친의 말기 간암에 대해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지 말게나. 자네의 생각은 파장이 되어 내게로 다 전달이 된다네. 자네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내게 전달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승문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지금껏 그는 승문의 마음을 읽었고 미리 답변을 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과연 도사인가? 아니면 신비한 초능력자인가?
승학의 뇌리에 엄청난 궁금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