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산골의 토굴생활과 약초공부

약초연구 20. 주역과 음양오행, 사주학을 공부해야 해요.

by 백승헌

여름이 지나면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찬홍은 토굴에 구들장을 놓으며 겨울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구들장은 쉽지가 않았다. 예전에 부모님이 구들장 놓는 것을 도와준 덕택에 대략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속에서 구들장 놓은 것은 쉽지 않았다.

황토흙을 구해와서 황토벽을 만들고 황토 구들장을 만들었다.

토굴생활이 아닌 건강 황토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유경은 그를 도와 묵묵히 일하면서도 약초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찬홍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이미 한의대에서 다 배웠을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열심히 약초공부를 하는 거야?”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한국의 식물은 대략 5천 가지예요. 그 식물을 다 알 수가 없어요. 꾸준히 해야 돼요. 어떤 농부는 논에 자라는 한련초라는 잡초로 수 십 가지 질병을 고쳐주었다고 해요. 장염, 설사, 양기부족, 위장병 피부병, 당뇨병까지 다 효과가 있거든요.”

“한련초 하나의 약초가 그리 효과가 좋아?”

“그럼요. 약초공부는 궁극적 의학의 길이죠. 대개 3가지 방법으로 공부해요. 첫째 병에 대해 분석과 실험을 통해 약초공부를 하는 거죠. 둘째는 우리가 하는 방법으로 약초를 캐기 위해 책을 보고 공부하는 거죠. 세 번째는 자연 속에서 교감을 하며 직관으로 약초의 지식을 얻는 공부죠. 우리는 그것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나도 약초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맞아요. 우리가 함께 하는 거죠. 약초골에서 살며 약초들과 친화력을 가지고 친구가 되며 깊이 사귀고 있잖아요. 약초의 마음을 읽으며 가슴으로 대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죠.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연구하며 더불어 살아가잖아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아. 이제 알겠어. 나는 약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 그 약초들이 내 몸으로 들어와서 병을 고친다는 것을 느꼈어. 늘 감사해하고 애정을 가졌어. 그것이 약초공부였다는 것을 알겠어.”

“맞아요. 하루에 3가지 종류의 약초만 이름을 익히고 친해지면 돼요. 좋은 선생님은 제자들의 이름을 다 외운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약초들의 이름을 알고 친해지면 돼요. 본초학 서적을 찾아서 약초의 약효나 약성, 이용방법, 채취시기 등을 외우세요. 그리고 정성스럽게 채취하고 친해져 보세요.”

“약초와 어떻게 친해지는 거야?”

“약초의 잎을 타서 씹어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음미하는 거죠. 뿌리도 캐서 모양을 보고 맛을 보며 느껴보는 거죠. 친해지면 약초들이 자기를 스스로 소개해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너무 재밌는 방법이네.”


유경이 진지한 표정을 하며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한가지 중요한 핵심이 있어요. 약초를 깊이 연구하려면 주역과 음양오행, 사주학을 공부해야 해요. 주역은 기본으로 해야 하고 음양오행 공부는 사주학을 연구해야 되요. 사주는 단순한 음양오행이 아닌 우주변화의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약초와 약재가 모두 사주학과 관련이 있다는 거야?"

"당연하죠. 사주를 알면 건강을 알 수 있어요. 모든 약초의 음양오행도 알 수 있고 그로 인해 처방이 가능하죠. 반드시 공부해야 해요."

"무슨 공부할 것이 그리도 많아. 이건 몇 년해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 평생 파고 또 파야 하는 현묘한 학문의 세계라고 해야 하는 거야?"

"맞아요. 정말 대단한 세계죠. 조사님 같이 약초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의 수준은 일반인의 기준을 벗어나요. 거의 신에 가까운 직관의 세계를 지니신 분이죠."

"약초와 약재의 세계가 그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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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관심을 보이자 유경이 덧붙여 말했다.

“음양오행뿐 아니라, 약초의 유래도 알아야 해요. 저번의 삼지구엽초는 음양곽으로 음양(淫羊)'은 음탕한 양이 먹는다는 의미이고 '곽(藿)'은 콩잎과 비슷하게 생긴 풀이라는 뜻이에요. 산양이 번식기가 되면 그 풀을 뜯어먹고 한 마리 수컷이 수 십 마리 암컷을 상대로 사랑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약초를 정력이나 임신에 좋다는 것을 안 거죠.”

“그런 재밌는 약초의 유래가 있어. 나도 본격적으로 약초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주역과 음양오행, 사주학에다 약초 유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거지.”

“그래요. 만약 그렇게 약초공부를 하시려면 본질적이고 깊은 지식을 추구해야 할 거예요. 약초와 친구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의 몸짓과 향기,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해요. 직관을 통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죠. 모든 약초는 영혼이 깃들어 있어요. 그 약초의 영혼과 대화를 하면 약성도 알고 약의 효과도 높일 수 있어요.”

“알았어. 약초와 사랑에 빠질 거야.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온 마음을 집중하여 약초를 관찰하고 사랑하며 대화를 해요. 이미 여기 올 때부터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자연계의 비법은 몰입하여 그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만 깨달을 수 있는 게야.’ 저는 진작 알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처음엔 약초의 힘을 믿지 않았어. 풀잎과 풀뿌리, 나무뿌리, 껍질 등의 약초가 대단한 힘을 지닐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젠 알겠어. 정말 의학의 근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맞아요. 태초의 의학은 동, 서양이 공통적으로 의학이었죠. 그런데 19세기 초이후 거대한 자본이 의학을 산업화시킨 거죠. 각종 제약회사나 의료기산업, 암산업 등이 그런 거죠. 의학의 원형은 약초가 맞아요. 그 약초를 통해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거죠."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찬홍은 또 다른 약초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흔한 산야초나 약초, 약재와 다른 그들만의 세계였다.


찬홍은 잠시 생각을 하다 다시 말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 내 느낌으로는 다 나은 것 같아. 하지만 앞으로 여기서 3년은 머물면서 약초 공부를 하고 싶어. 조사님에게도 약초를 더 배우고 직접 캐며 연구도 하고 싶어. 자기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어."

"나는 자기가 내 우주이고 집이고 모든 것이에요. 어디든 자기와 함께 있으며 지킬 거예요. 앞으로 3년 세월을 더 깊이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을 거예요. 예전에 남자들 군대생활이 3년이라고 들었어요. 나라를 지키는 그분들처럼 저는 환자를 지키기 위해서 3년을 더 근무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찬홍은 가슴이 먹먹했다.

현대인의 삶에서 3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을 곁에서 지켜 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이었다. 또 환자를 지키기 위해 3년을 더 근무한다는 말에 공감을 했다.

산속에서 생활하며 보고 만지며 온몸으로 느끼는 약초와 약재 공부가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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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는 <약초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1>을 연재했습니다. 2편을 계속해서 집필할 예정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의 많은 구독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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