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 (2021.05.29.토) *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것을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백신으로 인해 예전의 삶으로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 같지만 (지금 돌아보니) 찬란했던 과거로는 결코 완벽하게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안타까움인데, 가장 큰 안타까움은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스크를 언제쯤 벗을 수 있을까...
마스크를 사려고 밤새도록 줄을 서던 사람들, 주변 약국의 마스크 잔량을 알 수 있었던 앱,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눈 빠지게 검색하던 일 등등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들을 겪어왔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나쁜 일 하는 사람으로 보이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벗으면 벌금이라니...
하루 내내 말을 해야 하는 교사로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야 하는 일은 진짜 힘든 일이다.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힘들다. 좀 큰 강의실에서는 강사의 연단에 투명막을 설치해 주어서 강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강의를 진행하던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서라도 학교 음악실 수업하는 내 주변에 투명막을 설치할까 하고 고민해 본 적도 있다.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이야기하고 웃고 노래하고 싶어서다.
선생님들은 학기 초에 학생들이 제출한 사진을 보며 얼굴과 이름을 익힌다. 원래 아이들이 제출한 사진은 포토샵으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사진들이 많아서 실물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몇 달 사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한다.
이번 주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음악논술형 시험을 치루기로 했기에 시험을 치루는 동안 아이들 사진을 보며 이름을 익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진과 이름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워서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다.
- 얘들아, 너희는 왜 이런 사진을 제출했니..
너희 실물이 훨씬 예쁜데..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으니, 내가 얼굴을 볼 수 있게 마스크 좀 잠깐씩 내려 줄 수 있어??
- (거의 소리를 지르며) 안돼요!!!!!
- 아니 왜??
- 지금은 사람 몰골이 아니예요..(기본 화장을 하지 않고 왔다는 뜻..)
다음에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마스크를 써서 얼굴의 2/3를 가리니 제대로 꾸미지 않고 다니는데 마스크를 잠깐 내려보라고 하니 모두들 기겁을 하는 것이었다.
마스크로 인해서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늦어지고 사회성이 퇴보했다는 기사도 있었고, 사람들이 마스크로 가렸던 얼굴을 내놓는 것을 굉장히 민망해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모두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가는 내용이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사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지인 얼굴은 기억될 수 있는데, 눈으로만 기억되는 사제 관계라니....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으면, 보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마스크 안에 있는 얼굴은 더 예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더 예뻐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들 사진과 실물이 전혀 연결이 안되는 것이고...
어제 연락을 준 5기 졸업생 H와 그녀의 언니 1기 H, 오늘 메시지를 준 11기 졸업생 P도 얼굴을 보니 한번에 기억이 나고 알겠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졸업을 해서 연락을 주어도 마스크 위에 있던 눈밖에 기억이 안 날 듯 해서 걱정이다.
* 눈밖에 안내놓고 다니는데도 많은 아이들이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찾고 있나 보다.
어느 학급 담임선생님께서 요즘 녀석들이 이성교제를 많이 한다고 걱정을 하셨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이성교제보다, 남자사람친구, 여자사람친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지금 시절에 이 문제에 한번 빠지게 되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많이 보아온 터라 고민 끝에 학급 회장을 통해 학급마다 이런 공지를 돌렸다.
공지를 읽은 아이들이 고민을 했다고 한다.
- 아...이성교제를 하라는 말인가??
담임 선생님들께는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 선생님.. 요즘 이성교제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기에
(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이성 교제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을 전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