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May 25. 2024

* 거짓말 (2024.05.25.토) *

거짓말 (2024.05.25.) * 

    

 - 거짓말….     


  어느 주일날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저희 어머님께서는 새벽기도와 주일예배를 생명처럼 귀하게 생각하셨고 언제나 열심이셨습니다. 하지만 일평생 늘 가난하고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기도를 멈추지 않으셨죠. 저는 그게 항상 이상했습니다. 저렇게 열심이신데도 생활은 왜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매일 오전에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짧은 메시지를 전하는 A는 항상 이런 말을 덧붙이며 끝낸다.     


 - 모든 일이 형통하고 잘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 정말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지 않다는 거, 다 알고 있잖아요.     


  별생각 없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입에서 이런 찬양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 하나님 사랑의 눈으로 너를 어느 때나 바라보시고….     


  그러다가 이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하던 일을 멈췄다.    

 

 - 너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     


  그러고는 이렇게 말해 버렸다.     


 - 거짓말….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읽었던 말씀, 늘 노래하는 찬양 가사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 건, 왜일까….

 - 착하고 신실한 사람이 왜 어려움을 겪는 걸까….

 -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음악 관련 전문 카페인 B를 알게 되어 가입신청을 했는데 첫 번째 가입 질문을 읽고는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멈추어 버렸다. 이런 질문이었다.     


 - 삶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아니,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는데,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라니! 깜짝 놀랐다. ‘음악 카페 가입과 삶의 목표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냥 이렇게 답변했다, 처음에는.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만, 지금은 글쎄요, 제 삶의 목표가 무엇일까요.   

  

  그런데 질문에 부연 설명이 있었다. 

    

 - 성의껏 답변하지 않으면 가입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답변을 수정했다.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고 있습니다.     


  사실, 아무렇게나 대답을 한 것이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들어본 ‘삶의 목표’라는 단어가 일주일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삶의 목표’에 대해 한참 생각했었던 젊은 날이 이제는 지나가고 있고, 왜 살고 있는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등등에 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서, 얼마나 슬프고 속상했는지….     


  개교 29주년 기념 예배에서 C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 선생님들께서 교사를 직업으로만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월급 받는 직장인’의 모습을 넘어서 좀 더 넓은 의미로서의 ‘교사’를 지향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내용인데, 사실 요즘 많이 듣는 말은 이것이다.     


 - 요즘 사람들은 자기 것을 잘 챙기는 것 같아요.     


  옛날 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모두 ‘요즘 사람들’로 살아가야 ‘현명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시대이기에, 덜 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내 것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구태여 시간을 들이지도 않는, 주어진 시간 안에 내가 맡은 일을 ‘똑소리’ 나게 해내는 ‘요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딱! 스마트한 직장인의 모습!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직장인인 내가 갖춰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무언가 받아들이기 불편해서 나와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고민이다.     


  작은 신음에 기적같이 응답받기를 바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예배드리면 풍성하고 형통한 삶이 펼쳐지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그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가련한 우리지만, 그 바람대로 삶이 쭉쭉 펼쳐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 우리….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고 있습니다’라고 (약간의 거짓말을 넣어서) 얼렁뚱땅 답변한 카페의 가입 승인 메시지를 받으며, 정말로 나의 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잡고 살아야 하는지, 아니 삶의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다.   

  

****************


*** 몇 주 전, 졸업생 4명이 찾아왔다. S대 물리교육과와 수의학과, Y대 의대와 K대 의대 등, 과로 보나 학교 이름으로 보나 멋진 타이틀을 지닌 녀석들이었다. 그 4명이 모두 친한 친구들이라고 해서 더 보기 좋았다. 의대생 2명에게 질문했다.      


 - 의대 증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잠깐의 멈춤도 없이) 반대입니다!

 - 이유는요?

 -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의사들이 배출되니까 어쩌고저쩌고….

 -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고요??

 - 그건 아닙니다!     


  그중에 선교단이었던 녀석이 있어서 무심코 다시 질문했다.     


 -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 음, 반대하실 것 같습니다!

 - 아? 하나님께서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실 것 같다고요??

 - 하나님께서도 이렇게 부실한 의사들이 나오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한 직장인으로서의 ‘요즘 사람’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 두 사람을 소개한다. 지금은 영등포로 이전했지만 신림동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병원, 요셉의원을 열었던 의사 선우경식과 하월곡동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약국을 30년째 운영 중인 약사 이미선.     


  ‘의사 선우경식’ 책을 읽으며, ‘건강한 약국 이미선’의 기사를 읽으며,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이들의 삶의 목표를 생각해 본다. 이들은 그들이 믿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차마 이렇게 살 수는 없지만, 흐트러진 삶의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거짓말  #설교  #극동방송  #하나님의_사랑을_사모하는_자  #뒤포르  #삶의_목표  #교사  #직업  #스마트  #의대  #의사  #의대_증원  #선우경식  #요셉의원  #이미선  #건강한_약국



작가의 이전글 * 금요일은 일찍 가나요? (2024.05.18.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