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의 이해를 바라고 사는 게 아닌데

나의 오만과 편견

by 황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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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만났다. 대학을 서울로 간 이후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 쭉 그곳에서 살고 있는 녀석이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남자들 대화라는 게 별거 없다. 이십대 때 대학 이야기나 군대 이야기, 연애 이야기, 좀 더 넘어가면 다단계 이야기를 하던 게 서른 와서도 자기 환경 이야기나 사회 이야기, 결혼할 사람이나 배우자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들이니 내용의 발전이 그렇게 진일보한 것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에 대한 고민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이제 제대로 중간에 낀 나이에 들어온 요즘이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삼십대에서 오십대까지 한 이삼십 년은 이러한 위치에서 살고 있을 텐데, 꼰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욕망으로만 가지고 있고, 적어도 '꺼리는 꼰대'는 안되어야겠다는 생각 정도를 한다.


대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최소화한다. 청춘들과 허물없는 대화, 내가 말 걸어서는 물론이고 그들이 말을 걸어도 그런 게 쉽사리 안되는 거 뻔하다. 이런 분야에서 정말 부러운 선생님들이 몇 분 있기는 하다. 다행히 내게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재학생들과 소통해온 기회가 많이 주어진 덕분에 미래세대의 연락이 먼저 오는 ‘영광’을 누리고는 있지만, 아무튼 그렇다.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무서워지는 것은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넘기지 못하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 녀석이 던진 한마디는 나의 태도를 금방 고치는 해독제 같은 말이었다.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어쩌면 거만한 태도야.”


아차, 맞아. 그렇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누구의 이해를 바라자고 사는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