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황작가의 응원
모처럼 일찍 귀가한 덕분에 운 좋게도 우리동(아파트에 살고 있다.) 입구 앞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잠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가 웬 남자가 내 차를 발로 차는 광경을 목격했다.(ㅅㅂ 가뜩이나 똥찬데) 딱 봐도 나보다 어린, 고등학생 같아 보였다.
황작: 그래가지고(그렇게 해서) 차가 부서지나?
학생: 누군데요.
황작: 나 그 차 주인인데.^^(생글생글)
덩치도 큰 연장자가 목소리도 깔려있으니(덩치는 크고 싶어서 커진 게 아니고 목소리는 과거 성악전공자다 보니…^^) 한 번에 봐도 ‘씨바, x됐다’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무 죄도 없는 내 차는 왜 찼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수능날인데 수능을 망쳤다고 한다. 그리고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사실 ‘지나가는데 차가 걸리적거렸다’ 같은 식의 핑계를 대면 따끔한 조처를 좀 해줄 생각이었다.
황작: 재수할 거냐?
학생: 그럴까봐요.
“마음 곱게 먹는 심보가 아닌데 수능 잘 쳤으면 머리 좋은 도둑 하나 늘어나는 거 아니가? 내일부터는 마음 새단장하고 공부햐. 재수 안 하더라도 그렇게 공부햐. 난주 멋진 놈 되어 보그러.”
학생은 쭈뼛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지나쳤다. 나는 갑자기 다시 학생을 불러세웠다.
황작: 야!
학생: ???
오글거리지만 용기 내어 한마디 했다.
“수능 망쳤다고 뒤지지 않은 것도 고맙고 장한 일이야. 열심히 살어!”
학생은 그제야 고맙다고 인사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를 거듭해서 숙이고는 제 갈 길을 갔다.
이 일은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이날 일이 좀 쑥스러워 다른 글을 썼었다. 올해라고 그날 일이 쑥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글쟁이가 써두지 않으면 그냥 날아가는 상념 같은 게 되어버리고 마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둘 수 있으랴.
수능이 몇일 남지 않았다. 그 친구는 올해 어떻게 되었을까? 올해 재수를 칠까? 아니면 벌써 1학년을 마치고 있을까?
내가 자녀를 갖게 된다면, 그때도 수능제도가 남아 있다면 자녀에게 수능에 대해 너무 부담을 주기보다 수능에 목숨 걸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줄 생각이다. 올해에 수능을 치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왕 치는 수능 열심히 치더라도 모든 걸 걸지는 말길. 수능에서만 인생역전이 가능하랴. 인생에서 기회는 수능에만 있지 않다.
아파트 앞에 차를 주차하고는 작년 이맘 때가 생각나버렸다.
P.S: 하지만 그 친구, 만약 올해도 수능 망쳤다고 내 차 차다가 걸리면 그땐 살고 싶어도 살기 어려울 테다. 아니다, 내 차를 구석으로 옮겨서 주차해야 할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