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인사 나눠요."
무려 세이클럽-버디버디-싸이월드-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나름 SNS역사를 관통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보니 SNS 동네 지인이 많다. 그중에서 싸이월드는 메인 다섯 번, 페이스북은 빠르게 친구 5천 명을 채웠으니 잘 아는 지인 몇 명 있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가까운 사람은 온라인으로 알게 된 인연이라도 확실하게 챙기는 편이고, 나쁜 사람은 동네에서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었더라도 거리를 두는 편이다. 글을 쓰는 김에 고백하건대 평소 별 소통 없더라도 수년째 좋아요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눈에 띄면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랜 페친으로 알고 지낸 J는 사실 구면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냐고? 그건 아니고,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먼저 알아봐 주신 덕분에 스쳐 간 적이 있다.(ㅎㅎㅎ) 당시는 명절 시즌으로, 하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날 알아봐준 고마움도 있지만 그날 차에 타고는 남동생 옆에서 “아나 금방 완전 표정 굳은 상태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떡해”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그동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습관과도 같이(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습관이라고 말해야 맞다) “언제 한번 인사 나눠요.”로 대화를 마무리했던 나는 수년째 여유를 내어주지 못한 인연을 그렇게 만나기도 하나 보다.
그런 J에게 오늘 장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긴 내용은 진로와 비전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람들에게 자주 이런 메시지를 받기는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무슨 말을 해주는 게 맞나 싶어서 이럴 때면 위로와 함께 정중하게 곤란함을 표하곤 했다.(게다가 심도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가 단순한 조언으로 끝나지 않게 소정의 금액을 받고 비전 카운슬링을 진행하고도 있다.)
하지만 J의 경우 오랜 인연을 이어오면서 타임라인으로 그가 학생 때부터 올린 게시물들을 스치며 본 기억이 있다. 해서 뭘 해온 사람이고 무슨 활동을 하며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입시생 때 성악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현재는 동요 작사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십여 년 가까이 SNS상으로 소통해온 분께 이 정도는 한번쯤 해줄 수 있겠다 싶어 J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내게 시간을 할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주신 명사들께선 내가 이런데 시간을 쓰라고 그 시간을 내어주셨던 것일 테다. 물론 그렇다고 명사들처럼 내 인생 이야기를 하자니 할 것도 없고 하는 것도 우스울 터라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적당한 말로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말은 절대로 못 하는 성격이므로, 나는 J의 고민 이야기를 더 듣고 조심스럽게 몇 가지 경로를 이야기 드렸다.
이 글을 쓰는 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J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해보셨으면 하는 분들이 몇 생각 나는데, 그분들께 대뜸 “이분과 한번 작품 해보세요”라고 말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동요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음악가들께 살포시 컬래버를 권해본다.
J가 종종 오래 만난 자신의 연인과 우리 동네에 놀러 온 사진들을 본 기억이 있다. 해서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남쪽으로 놀러 오거든 꼭 식사대접 하겠노라며 나는 또 본의 아니게 “언제 한번 인사 나눠요.”라는 인사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잘될 것 같아서 미리 줄 서두는 거다. 황작가의 동네에선 나중에 유명해지고 모르는 척하는 거 없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