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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현직 대기업 부장이 보고 느낀 감상

by 하늘과 우주

극 중 ​주인공 김낙수는 71년생으로 보인다

1981년에 4학년으로 나오니 맞을듯하다


나보다 연배가 조금 높지만

나 역시 대기업 부장이다

게다가 나 역시 올해 11월로 20년 근속을 기록했다


다만 나의 자녀들은 입시생이다

명문 Y대 다니는 아들이 있는 김낙수 부장은

자식 농사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듯하다


극 중 아들 김수겸은

키 크고 잘생기고 똑똑한 명문대생인데 바르고 착하기까지 하다 (솔직히 부럽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며

전형적인 중간관리자 꼰대 상을 묘사했다


회사 생활 경험 있는 시청자들은

본인이 겪은 (꼰대) 상사를 떠올리며

치를 떨 것 같다

“너는 김낙수인가? “라고 물으면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누구라도 난 김낙수가 아니라고 부정할 것이다

그럼 현실에서는 누가 김낙수 부장인가?


결국 우리 모두가 김낙수 부장이다


당신이 부장이 아니라 대리라도 사원이 볼 때

당신과 김낙수 부장은 닮은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직 대기업 부장 입장에서 멘트를 하자면

현실은 드라마보다 드라이하고

선악 구분과 책임 소재 파악이 불분명하다


복잡한 절차와 느린 의사결정

이러한 대기업의 병폐는 직원들이 무능하고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하나둘씩 중첩되어

답답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현실에서 빌런은 모호하다

오히려 순수한 악을 찾기 힘들다


각자 자리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전체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가치나 목표를 위해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지 않는 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사장을 포함한 월급쟁이 임원과 직원들은

제도의 틀을 깨기 어렵다


거기에 관에서 적용하는

법규제까지 끼면 더 복잡해진다


내부를 개혁할 힘이 있는 결정권자(a.k.a 오너)는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고

월급쟁이 임직원은

비로 위 직속상사 눈치만 살핀다


드라마에서

25년간 근무한 허 과장이 퇴직 통보성

지방 현장발령이 났을 때

이를 주도하는

인사팀은 악마처럼

허 과장은 피해자로 묘사되지만


현실에서는

통보하는 회사는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고

통보받은 허 과장은 동정도 받겠지만

그 나이 되도록 (퇴직) 대비 안 했냐는 핀잔을 받는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간단치 않다


마치 경력관리처럼

재테크는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당신을 고용하고 그 기간 월급을 줄 뿐

당신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보유자 김낙수는

부동산 가치가 치솟은 지금

그의 말대로 위대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개발자 동서가 김낙수를 스타트업으로 모셔가려는

설정을 보니 정년퇴직 후 갈 곳도 있는 복 받은 인생이다.

그만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와이프는 현명하고 자상하다


이 드라마를 보는 나는 씁쓸하고 유쾌하지 않다


중장년을 비꼬는 꼰대묘사는 차치하고라도

부동산으로 재테크에 성공한 극 중 인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후배 도 부장과 선배 백상무는 (반포 원베일리로 추정되는) 반포 신축 아파트에 거주한다

후배 송 과장은 부동산의 고수로 나오고

김낙수의 친구는 월세 3천만 원 받는 건물주다


서울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김낙수의 열등감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김낙수보다도 못한 상황이 대다수다


내가 꼰대라서가 아니라

재테크를 못해서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그 와중에 백상무의 대사가 마음을 찌른다


"낙수야. (너) 시간이 없다"

“우리같이 회사 20년 넘게 다니면

회사에서 좋아해 주는 사람 아무도 없다

위에선 저 새끼 왜 안 나가나 하고

아래선 저 인간 왜 안 잘리나 한다”


올해가 근속 20년인데 하필 이런 대사가.. 씨부레

쓰고 읽어보니

대기업을 위한 꼰대의 변명 같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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