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하고 불면 혹~ 하는 나이 마흔 줄에 관하여
공자께서 예수님이 태어나시기도 한 참 전에 말씀하시길 "마흔 쯤 되면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했는데, 이거 나에게는 맞지 않는 말인 것 같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요즈음의 나를 되돌아보면 '세상 일에 정신을 쏙 빼앗기고 갈팡질팡하며, 무엇보다 판단이 아주 흐린' 상태니...
대선 후보의 학교 선・후배나 지인이 경영하는 '테마 주'가 뜬다고 어디서 주워듣고 관련 주식을 홀랑 사기도 하고, 양양 낙산이 뜬다는데(지금 아니면 늦는다는데) 하는 소리 듣고 신축 숙박시설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살다 보니 나름 경험이 좀 쌓였다고 '감으로 때리는' 일들도, '카더라 통신'에 연신 귀를 쫑긋거리기도 한다.
마흔도 훌쩍 넘겼는데, 과연 내 행동과 생각들의 어느 면면이 이즈음의 나를 '불혹'이라 칭하게 할 수 있을지. 참 자신이 없다.
오히려 서른 즈음이나, 패기 넘치던 20대 때가 지금 보다야 훨씬 주관 있고 강단 있었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나는 살랑이는 바람이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누군가 카더라 통신으로 귓가에 살짝 '후~'하고 바람 넣으면 곧바로 '혹'하는 얼추 중년의 아저씨다.
여느 때처럼 비행을 마치고 항공기를 정리하면서, 'Remove before Flight!' 태그를 연료 주입구 옆으로 늘어뜨리며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내 옆구리 바지춤 어딘가에도 이 태그가 늘어뜨려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종사들은 그날의 비행을 마치면, 다음 비행을 위해 헬기 연료 주입구 옆에 'Remove before Flight!' 태그를 잘 보일 수 있도록 내려놓는다. 직역하면 '비행 전에 제거하시오!'다.
이 태그는 여러 장비에 꽂히지만, 연료 주입구 옆에 늘어뜨려져 있을 때의 의미는 '케어가 필요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항공기'라는 의미이다.
1. 연료가 없다. 비행을 하려면 연료를 채워 넣어야 한다.
2. 정비, 점검이 필요한 항공기다.
나도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연료도 다 써버리고 이것 저것 점검하고, 정비해야 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내 옆구리에도 'Remove before Flight!' 태그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속 '헛헛함'과 '갈증'을 해소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끌어들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꽉 찬 영혼'은 '불혹'할 수 있다. 이미 진중하고 균형 잡혀 있는데, 이미 갖추어진 것들이 많은데 굳이 무언가 채워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의 비행을 마친 항공기가 다시금 창공을 가르려면 연료를 다시 채워 주어야 한다.
이륙을 하려면 '점검'을 하고 '정비'를 마쳐야 한다.
내 옆구리에 있는 '태그'를 떼어내려면 나 스스로도 연료를 채우고,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무의식 중에 느끼고 있는 돈이나 명예에 대한 결핍은 원한다고 한들 당장 채울 수도 없고, 채우고 채운들 만족할 수도 없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도 잘 안다.
그것들의 속성이 원래 그러함을 알면서도 정신 줄 잠깐 놓치면 잊게 되니(아니면 애써 외면하는지도)..
흐트러질 때마다 마음 다잡고 글로, 생각과 사유(思惟)로 마음속 빈 연료통 채워나가는 '현명한' 노력을 해 보려 한다. 다시 시작한 읽기, 쓰기를 통해 느끼고 있는 이 '충만함'의 경험으로..
켜켜이 쌓아 나가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속 빈 연료통도 충만해져서 '혹'하지 않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연료 충만, 점검 완료' 상태가 되어 'Remove before Flight!' 태그 떼어 버리고..
그래, 다시 한번 날아보자!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