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마을 사람들

호빗마을에서는 호빗이 정상이다.

by 감자밭

영국의 문학자이자 소설가 J. R. R. 톨킨이 1950년대에 저술한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서는 호빗, 인간, 나즈굴, 오크, 크롤, 엘프, 드워프, 마법사, 엔트 등의 다양한 종족이 있다.

이중 호빗 종족은 이 세계관 속 종족 중 왜소하고 작은 영역의 사람들이다. 인간보다 작고 드워프(험상궂게 생긴 난쟁이)보다 좀 크다. 인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왜소한 데다 잘하는 것은 '돌 던지기' 정도.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아는 사람들은 작은 사람들을 우스갯소리로 '호빗'이라고들 한다.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변 해가 떠오르는 어느 마을에 '호빗'이 사는 곳이 있다.

아빠 호빗, 엄마 호빗, 큰아들 호빗, 작은아들 호빗.. 우리 가족이다.


우리 가족 누구 하나 같은 연령대 대비 키가 큰 이가 없다. 그런 데다 남들 눈에 띄는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이도 없다. 소시민 중 소시민인 우리 가족..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참 '호빗'같은 이들이다.


아빠 호빗은 소소하게 글 쓰는 헬기 조종사로, 가끔 자기가 개그맨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그 소재는 엄마 호빗이다. 덩실덩실 저질댄스 추는 것 좋아하고, 누군가 노래방 가자고 하면 손사래 치지만 도착하면 일단 오른손에 마이크를 묶곤 한다. 온몸이 둥글둥글하고 흥도 많고 화도 많은 편. 하지만 불의를 보면 곧 잘 참는다.


엄마 호빗은 96년 겨울 즈음 아빠 호빗을 만나 감언이설과 헤어 나올 수 없는 저질 개그에 빠져 이 집에 함께하게 된 케이스로, 주로 성당에 서식하는 '천국 사람'이다. 마음 약하고, 왜소한 처자이지만 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열혈 아지매다. 역시 온몸 둥글둥글하고 내재된 흥의 내공이 상당하다.


큰아들 호빗은.. 아빠 호빗이 요즘 연구하고 있는 존재로, 장래를 고민만 하고 있으나 혓바닥은 잘 놀리는 '중딩'이다. 엄마 호빗 닮아 마음 약하고 눈물 많은 호빗이나 아빠 호빗 측 흥의 계승자다.

피조물 중 꽤나 아빠 호빗 마음에 드는 편. 역시나 둥글둥글하다.


작은아들 호빗은 '소식좌' 호빗으로, 동거하는 호빗들이 항상 '저 자식은 밤에 몰래 뭔가 먹을 거야'라고 여기고 있다. 안그러면 생존할 수 없을 만큼 먹는다. 그래서인가.. 우리 중 유일하게 둥글지 않다.

탱글탱글한 궁둥이 보유자로 아빠 호빗이 틈만 나면 '궁둥이 찰찰'을 하기 때문에 도망 다니기 바쁜 '초딩' 호빗이다. 요즘은 배틀그라운드 하며 뭘 자꾸 죽이고 있다. 들어보면 꽤나 잘 죽이는 것 같다.




퇴근 후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 있자면.. 꽤나 빈틈 많고, 다소 모자란 그 모습들에서 헛웃음도 나고, 또 역설적인 책임감도 느껴진다. '저 자들을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구먼'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를 돌아보면 나 또한 한낱 호빗일 뿐..


사실 '호빗'이라는 구분도 남들과 비교하니 생겨나는 느낌일 게다. 남들보다 작고 왜소하며, 무언가 완성도 높지 않은 비천한 능력치를 가진 데다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이미지 말이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부족할지언정 항상 웃고 지내는 축복을 받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아빠 호빗은 비록 본인도 호빗일지언정 항상 이 호빗의 보급자리 지키려 항상 궁리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이 자들을 지켜낼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니까.

엄마 호빗은 가족을 위해 항상 기도하는 성직자 캐릭터이자 '힐러'로서, 가정에 포근함을 더하고 있으며, 아들 호빗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뛰어나진 못할지언정 엄빠 호빗들이 '극대노'할 사고 치지 않고 적당히 철없이 지내주어 몹시 고마운 선물들이다.


기족이 걱정될 때마다,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아빠 호빗은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저질 개그 날리며 여타의 호빗들과 웃으며 지낸다.

최근에 편의점 맥주 '네 캔에 만원' 이 사라져 못내 아쉽지만(이 부분은 꽤나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가족들 보며 또 웃음과 행복을 얻는다.


우리 가족들 뭐하나 내세울 건 없어도 이만하면 '호빗 중 제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고 가꿔나가는 우리 식구들이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그래.. 호빗이면 뭐 어떤가. 호빗마을에서는 호빗이 정상이고, 호빗이 엘프 되고자 스스로 고달프게 하지 않는 지혜가 있으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도 호빗마을에는 정겹고 사랑 넘치는 대화가 오간다. 서로를 마음 깊이 느끼고, 사랑하며..



"이 쉐끼 시간 됐는데 안 쳐 자? 엉? 치카(치카푸카, 양치질)는 했어? 생선(생일선물이라는 뜻, 여기서는 취침 전 엄빠에게 뽀뽀함을 말함) 안 하고 잘 꺼야? 엉?"


"음마, 공부는 디지게 안 하고 이 쉐끼.. 넘마 너 그럼 나중에 아빠가 하나도 안도와 줄 거야!!"



아.. 정겹다..

내 비록 호빗의 몸으로 태어나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아빠 호빗'으로서 몹시 최선을 다하리라.


사랑하니깬....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