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가 부족한 몸뚱이

니코틴과 카페인 상시 결핍 상태와 저질 체력에 관하여

by 감자밭

아직 젊고 늙음을 말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지만 이 땅의 직장인들이 마흔 줄 넘으면 으레 그렇듯 나도 몸뚱이 하나 간수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병원에 누워 있는 아픈 이들처럼은 아니지만 이맘때를 같이 겪어내고 있는 이들은 아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빛나는 젊음이 있던 그 시절 기력이 넘쳐나 밤새 술잔을 기울이고, 어깨동무하고, 노래했었다.

그것을 그때쯤 멈추었어야 했다.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출근과 동시에, 아침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이 무상하게 내 몸은 항상 늦은 밤의 몸뚱이다.

그게 또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이.. 또래의 여느 사람들 중에는 지난날의 자신에게 투자한 보람으로 하루를 힘 있게 보내는 이들도 많다. 결국 몸뚱이 막 굴린 내가 문제.

연기 나는 연초 담배 해롭다고 전자담배로 바꾼 정도의 정성(?)에 불과한 내 몸이 어디 노련한 몸 관리 전문가들과 같기야 하겠는가.

어릴 적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담배란 것이 또 '인이 박혀서' 없으면 기운 떨어지고, 피우면 또 기운 떨어지는 요물이다. 거기에 간간히 더해지는 카페인은 실과 바늘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저녁엔 알코올 한고뿌.


흔히들 말하는 '한참 할 때'를 보내며 내 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상한 이유는 없고, 바쁘니 항상 운동은 점점 후순위로 밀려났다. 보고서 만들거나 이리저리 야근하는 것이 먼저고 가끔은 운동하는 이들이 한가로워 보이기도 했다.

군인인 나는 1년에 한 번 체력검정을 하는데 운동은 이때 반짝하는 것이고, 체력검정 다음날 아침은 간밤에 도둑이 들어 귀한 물건 다 놔두고 내 몸만 짓이기고 간 것 마냥 온몸이 아프곤 했다. 요새 말로 '운동을 1도 안 했으니까.'


그렇게 몸 생각 안 하고 니코틴에 알코올에 카페인에 의지하며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제 돌아보니 몸이 아니라 몸뚱이(몸 + 뚱이)다.

이제야 운동할 시간이 나서 - 사실 예전부터 안 한 것이지 시간을 탓할 일은 아니다. - 부대 한 바퀴 뛰어 보는데, 주변에 걷고 있는 이들과 나의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내가 몹시 숨이 찬 상태'라는 정도.

뭐 특이한 것이 있다면 간혹 모퉁이에 조상님이 슬적슬적 보인다는 것.

그래도 꾸역꾸역 뛰고 나면 뭐 대충 걷는 것과 비슷했는데도 눈치 없는 일말의 만족감이 있다. 정신 차리면 이내 멋쩍어진다.


요즘 내가 애용하는 간편 결제 '네O버페이'는 돈을 넣으면 포인트가 되어 그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몸뚱이가 되는데 일조한 '지O막걸리', '네 캔에 만원 맥주' 뭐 이런 것을 사는 그 포인트가 핵심인데, 그 '한참 할 때' 포인트를 쌓아두지 못해 지금 당장은 '활기찬 하루', '힘차고 가벼운 조깅', '탐스러운 근육'을 살 수가 없다. 돈 없어 배곯는 것처럼 자못 슬픈 일이다.

주말에 좋아하는 '지O막걸리', '네 캔에 만원 맥주' 냄새라도 맡으려면 열심히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외람되지만, 이렇게 되고싶다.

노력하지 않아도 포인트가 넘치던 그 시절, 지금은 그때의 내가 아닌 관계로 포인트 열심히 쌓아도 만족할 만큼 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뛰고 내일도 뛴다. 이제야 좀 여유를 가졌는데, 억울해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할 때다.

포인트를 야금야금 열심히 쌓으면 '걷는 듯 아닌 듯 애매해 보이는 몹시 숨차 하는 저 양반'은 면하지 않을까?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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