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밭 Oct 09. 2023

영(0)과 무한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실체들에 관하여

---------------

영(0) : -1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정수

무한대(∞) : 무한(無限)은 '수(數), 양(量),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음'

---------------


혹 수학 좋아하시나요?


저는 수학을 몹시 싫어합니다. 

제가 수학을 싫어하는 것인지, 수학이 저란 사람을 꺼려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안 친하게 여기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안타깝네요 우리 둘. 

소중하고 귀여운 수학점수와 우수운 수학실력에 조종사 하고 있는 것 보면 이건 또 뭔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나름 잡학다식하여 내신보다 수능점수가 좋았었는데요.

상위 1% ~ 많아봐야 5%(요건 과학탐구영역.. 요즘에는 뭐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내에 있었습니다.

물론, 예상하신 바와 같이 수학성적을 더한다면 얘기가 달라졌지요.

수학성적은 '하위 20%'정도였어요.  그래요, 상위 80%.. 100점 만점으로 치자면 한 20점 맞았습니다.

맞아요. '수포자'입니다. 

화학도 외우고 물리도 외워 대략 통박으로 제법 잘 맞췄는데, 대략 앞뒤 맥락 읽다 보면 답이 까꿍~ 하고 나왔지요. 지금 생각하면 용감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학이란 친구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통에 소원하게 지냈지요. 

왜 대학수학능력평가였는지, 그 이름도 싫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은 가끔 TV채널을 돌리다 수학강의하는 걸 보면 들립니다. 

뭔 얘기를 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지금도 그 강의를 '얘기'라 표현하는 걸 보면 물론, 아직입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일까요? 

마흔 넘어 이제 수학할 줄 알아도 쓸데도 없는데 말이에요.


대화가 늦었네요. 많이 늦었어요.

수학이란 친구와의 대화가 말이에요.

일찍 서로를 알았으면, 그랬다면 제 삶이 좀 달라졌을까요?

수학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그 끝은 헛웃음입니다.


오늘은 어쩌다 눈 돌리다 마주한 수학 강의를 보다 떠오른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요, 저는 수학강의를 보고서도 또  '이야기를 짓고' 있네요..


혹 영(0)과 무한대(∞)에 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영(0)과 무한대(∞)'가 없으면 이 세상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영(0)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  무한대(∞)는 반대로 무수히 많은 겁니다. 

대략.. 대략 그렇지요.

그런데 영(0)의 존재와 무한대(∞)는 어떻게 증명해 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언어로 이 둘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없는 것이고, 무엇이 무한히 많은 것이며, 또 이걸 어떻게 설명해 내야 하냔 말입니다.


하지만 영(0)과 무한대(∞)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설명해 낼 수 없어요.

세상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상태가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영(0)을 모르면 설명하거나 인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없지만 있다'던가 '없지만, 그런 것 같지만 있다 치자'처럼 인지부조화 속에 살아갈 겁니다.

또,  무한대(∞)가 없다면 저 하늘 너머 우주는 무엇이라 쓸 수 있습니까?

우리 생각의 저 너머를 무한대(∞)가 없다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 같은 사람은 그런 세상에 산다면 발 뻗고 못 잡니다. 

궁금하거나 용변 후 뒤처리가 불량한 느낌 정도의 불쾌함으로 말이죠..


그리고..

영(0)과 무한대(∞)를 곱하면 영(0)이 됩니다.(소~름)

무(無)에 한정 없이, 알 수도 없을 만큼 무한히 큰 것을 곱하면 무한히 늘어나지 않고 다시 무(無)가 되는 겁니다.

무한한 것은 이미 무한하니 무한히 늘려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이치 때문일까요?


이쯤 해서..(안 쓰던 머리 좀 굴렸다고 당이 좀 떨어집니다)

제가 느낀 바를 몇 자 적어봅니다.


영(0)과 무한대(∞)가 있어서 세상 사는 게 좀 편해진 거 아닐까요?

아니,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요?

우리 생을 숫자들의 직선 위에 놓고 보면, 우리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왼쪽 끝단과 오른쪽 끝단 그 넘어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들이 없다면 직선 위의 우리 삶 또한 설명해 낼 수 없어 잠시 빌려 쓰는 그 개념 말입니다.


우리 삶에 존재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영역,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실체들을 느낍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영(0)과 무한대(∞)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낼 수 없으니까요.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 삶에 꼭 있어야만 하는 그 실체들 말입니다.


뭔지는 몰라도 실제로 있으니 믿을 수밖에 없는..

그 너머에  신(神)도, 사랑도, 연민과 측은함도, 인지하지 못하고 행한 무수히 많은 선행의 원동력도 실존한다 믿습니다.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그것들에 무심히 이끌리고 심지어  그것들이 없으면 설명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우리 지구별 삶 속 보이지 않는 제 5원소말입니다.


무한한 우주 속 티끌만도 못한 우리는 영영 영(0)과 무한대(∞)를 이해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또, 이 작은 생명이 두 눈 감으면 무한도 영(0)이 되니 더더욱 이번 생의 우리는 이것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의 실체는 '무한한 가능성'의 모습으로 실존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보이지 않아도 믿고 기도하며, 사랑하고, 이문이 남지 않는 일에도 헌신합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