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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Jul 25. 2023

괜찮다.

하나도 안 괜찮아서 괜찮다.


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그 말, "괜찮다."

 묻지도 않은 질문에 어울리지 않는 그 답이 너무 아렸지만..


아들은 성내 말했다. "뭐가 괜찮아요? 의사가 뭐래요?"


아버지는 그날 스탠트를 일곱 군데 하셨다.


코로나 걸려서 목이 너무 아프시다고 누나에게 들어 전화했더니 그 너머에서 들렸다.

"엄마는 괜찮아~"


오늘, 많은 이들이 내게 뭐라 뭐라 뻥긋 댈 때

나는 말했다.

"뭐 괜찮아 ㅎ"


그래, 그건 알겠다.

하나도 괜찮지 않고 아프고 아려서 뭐가 뭔지 모를 때 내뱉는 말이 "괜찮다"라는 것쯤을.  이제야.


떠올려 보니 아들이, 아내가 물어도 할 수 있는 말 그리고 해야 되는 말이 "괜찮다" 말고 더 있던가?


잠이야 오든 말든 늘 눕던 그 시간이니 누워

홀로 떠도는  그 속 세상에서,  안 괜찮아도 괜찮으니 좋구나 할 때쯤.


문득 퍽 "괜찮아" 야 하는 세상에 다시 눈 뜬다.


그래.  퍽이나.. 괜찮다.


아들이 보고 싶고, 아내가 보고 싶고 중년 나이에 엄마 품에 안기고 싶으니 그래, 그런 거 보니 괜찮은가 보다.


이 순간 몇 자 끄적임에도 줄 곧 괜찮은 거 보니 말이다.


술 때문은 아닌 어지러움에 눈 감아도 뭐 그렇다 하자.


아니면.. 아니면..

숨 쉴 수 없게 돼버릴지 몰라 버거우니,

뭐 그러니


그러니 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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