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톱니바퀴

생의 요철(凹凸)에 관하여..

by 감자밭

가족들이 코로나 19 밀접 접촉이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벌써 수일째다. 일요일 오전,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길래 잠깐 건물 출입문 쪽에 나가 모처럼의 햇살을 맞았다. 따사롭다. 따뜻도 아니고 뜨듯도 아닌, 봄의 시작에서만 잠시 누릴 수 있는 호사(好事)에 행복했다.


2022년,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올해. 벌써부터 다사다난(多事多難)하다.


나라에 큰 선거가 있으므로 시끌벅적하다. 듣고 있자니 이쪽 말도 맞고, 저쪽 말도 맞다. 어찌 보면 이런 때에 맞는 말 골라 고매하게 설파하는 일은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일 게다. 또 이면에, 서로 얽히고설킨 폭로와 헐뜯음을 보고 있자면 이쪽도 틀리고 저쪽도 옳지 못하다.


엊그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강원도에 큰 불이 나 오늘까지 며칠 째 그 불 끄느라 내 동료들이며 산림청 관계자들, 관공서 분들이 고생이 많다. 어찌 보면 목숨을 건 사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한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그 불 중 하나는 주민의 '방화'란다. 동네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불을 질렀단다. 그의 어머니는 그 불의 첫 희생자가 되었다.


나라 밖에서는 21세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여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남의 나라에 정규군을 보내어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이 놀랍고 마뜩지 않는 일이나, 침공한 러시아는 '그곳은 남의 나라가 아니고 우리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부득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라고 한다. 남의 나라인데, 남의 나라가 아니란다. 이것 역시 얽히고설켜 가만히 보고 있자면 피해자는 우크라이나가 맞긴한데, 가해자는 누구일까 갸우뚱해진다. 또, 피 흘리며 싸우고 있는 이들은 힘없는 우크라이나 민중이다.


모순덩어리에, 하루라도 이 세상이 더 '연명(延命)'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즈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느껴지는 것은 그럼에도 묘하게 잘 굴러가는 이 세상의 '기이하고 신묘함'이다.


한자 요철(凹凸)을 보면, 들어감과 튀어나옴이며 오목함과 볼록 함이다. 그리고 그 둘을 맞대면 한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그 요철들이 둥글게 손 잡으면 '톱니바퀴'가 된다. 톱니바퀴가 또 여럿 맛 물리면 '회전'이라는 움직임이 생긴다.

그렇게.. 잡다한 세상 일들이 저마다의 주장으로 얽혀 돌아가면 이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요(凹)가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들어감과 오목함이 맞다. 철(凸)의 입장에서는 요는, 그 오목함과 들어간 모양새는 틀리다. 하지만 톱니바퀴를 이루어 맞물려 돌아가려면 그 요철의 오목함과 볼록함이 꼭 있어야만 한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누군가는 '신의 노함', '인류의 타락에 대한 징벌'을 말하고 누군가는 처음 발생된 '중국의 음모'를 말했다. 세상은 얼어붙었고, 절망을 떠올릴 때 절치부심한 인류의 노력으로 백신이 나오게 되고 음지에서 방역에 헌신하는 '백의의 천사'들도 등장하게 되어 마음 따듯하게 해 주었다.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 비난과 무고가 난무하고 금방이라도 나라가 두 조각 날 기세이지만 40%에 육박하는 사전투표 행렬을 보고 있자면 또 구색 맞춰 잘 돌아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일면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개인적 괴로움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불을 질렀고, 이면의 누군가는 오늘도 목숨을 걸고 연기 자욱한 상공에서 진화에 힘쓰는 내 동료 조종사들처럼 이 난관의 극복에 매진한다. 한 켠에서는 강원도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대형 소방헬기를 나라에서 구매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리 되었으면 참 좋겠다.


코미디언 출신의 경험 없는 대통령이라 세상 사람들은 비웃었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의 하나라는 짜르의 군대는 그 코미디언의 나라를 기세 좋게 침공하였다. 그 나라,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두려우나 나는 대통령으로서 겁을 낼 권리가 없다.'라는 말과 행동으로 힘없는 나라를 지켜내고 있다. 러시아 짜르 푸틴이 러시아를 제외한 전 유럽을 통합시켰다는 말도 들리고, 전 세계가 하나 되어(역시 러시아는 빼고)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와 그 나라 국민들을 돕는, 오래된 인간적 모습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리저리..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켜 당장이라도 두 조각 나 없어질 것만 같은 이 세상이 또 맞물려 돌아간다.


이쪽이 맞는지, 저쪽이 맞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는 내 입장과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오늘도 그 요철의 조화로 이 세상 또 이리 돌아가고 있다는 것.


모처럼의 봄볕을 맞으며 '아.. 칼바람 불고 몹시 춥던 그 겨울이 지나야 볕이 이리 따사롭게 느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나처럼..


작금의 여러 사건들에 불안한 마음 드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으나, 그럼에도 오늘도 세상이 돌아가 주는 것, 그 속에 아직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에 감사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사무실 창 열어 환기 한번 시원하게 시켜야겠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