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사회화된 우리들에 관한 단상
천주교 신자로서, 하느님의 존재에 관하여서는 의심하지 않으나 항상 드는 궁금증이 있다.
'왜 주님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실까? 모습을 드러내시면, 보고서야 믿는 많은 이들이 한 번에 믿게 될 텐데.. 하다 못해 기적이라도 간간히 보여주시면 이 세상의 악의에 찬 많은 이들을 돌아서게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감자밭의 작은 이야기 보따리)
어느 날이 좋은 날, 서울시 한 복판에 '신'이라는 이가 나타났다.
백인인 듯 하나 볕에 많이 그을린 얼굴에 곱슬머리, 매부리코의 170센티 미터 남짓의 남자가 나타났을 때, 공원에 있던 사람들은 그저 흔한 '도른자'라 생각하며 무시했다.
그는 "나는 신이다. 너희들과 이 세상 만물을 태초에 창조하였으며, 너희 모두의 삶을 주관하는 자다"라고 말하였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너무 초라하고, 내가 알고 있는 신과 다르며.. 저 말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헛소리다. 그래.. 저자는 '도른자'다.'
그 신이라는 사내는 이내 공원 벤치 옆에 쓰러져 있는 병든 노숙자에게 손을 가져다 대며 말하였다. "병든 자여 이제 일어나 걸으라. 너의 몸과 마음의 병이 나았도다.."
그랬더니 금세 병든 노숙자가 일어나 걸었다.
사람들이 모였다.
웅성대는 틈바구니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당신이 만약 신이라면, 우리를 왜 창조했나요? 우리는 무엇 때문에 나서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 거죠?"
신이라는 사내가 대답했다. "창세기 1장 1절에서 31절..."
질문한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발길을 돌리며 내뱉는다. "아.. 잠깐 속을 뻔했네.. sibal.."
한 구석에 있던 몹시 현학적이며 멀끔한 안경 낀 사내가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한 마디 했다. "저 사람이 말한 창세기 1장 1절 ~ 31절 말씀은 대략.. 이 세상 창조에 관한 이야기로..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로 시작하여 하느님께서 보시니 모든 것이 참 좋았다..'라는 구절인 것 같습니다만..."
청중이 다시금 웅성거렸다.. 이때, 무리 중의 한 중년 부인이 갑자기 소리쳤다.
"아니~ 다 좋은데,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집 사느라 낸 대출에 우리 아들 대학이며, 남편 직장은 어떻고.. 에휴.. 참.."
신이라는 사내가 대답했다. "베드로서 1서 2장 11절.. 내가.. 베드로에게 그렇게 일러두었지.."
* 위 성경 내용 : '영혼을 거슬러 싸움을 벌이는 육적인 욕망들을 멀리하십시오'
그 아주머니.. 상욕과 함께 사라졌다..
이때쯤 청중들 사이로 휴대폰이 '딩동'하고 울려댔다.. 여기저기 휴대폰 알림음이 울리자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살폈는데, 이 신이라는 사내 이야기가 각종 인증 샷과 함께 '얼굴시간', '별스타그램', '두잇뜨', '에이~보~' , '띡딱' 등 sns에 게재되어 있었다.
그렇게 신이라는 사내는 '인싸'가 되었다.
그 무렵 YON, SOS, MOC 등 각종 매체의 기자 무리가 그 공원에 도착하였다.
기자들은 한순간 그 신이라는 사내에게 갖가지 질문을 쏟아냈고, 이내 '공식입장'을 물었다.
또, 구청 공무원과 경찰, 소방관이 나타났으며.. 신이라는 사내는 무어라 말하고 있었으나 공무원들에게 연행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 저녁, TV에 이런 뉴스가 나왔다.
"오늘 오후 4시경 서울 파고다 공원에 신원미상의 중동인 추정 남성이 나타나 자신을 신이라 주장하며 시민들과 언쟁하는 등 소란이 있었습니다. 경찰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신원 및 국적 미상으로 입국 배경과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화면에는 KF94 마스크를 씌우려는 경찰과 사내의 실랑이가 비춰졌고, 그 옆에는 '신속항원검사 킷트'가 놓여 있었다.
이래서...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실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주님이 나타나시면..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는 한 걸까?
2천년 전 유다왕국 살던, 주님을 못 알아보고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과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말할 수 있을까?
그러고보니.. 본다는 것이 꼭 믿음의 전제는 아닌 듯 하다..
코로O으로 격리된 사무실 구석에서 홍차 한잔 홀짝이며 생각해 본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