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에 박한 갱상도 사나이
20개월 아이가 아빠 가라! 를 외치며 아빠를 거부하는 과정 중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빠의 노력을 연재하는 매거진입니다.
아이가 제법 컸다고 이제는 혼자 노는 순간들이 생긴다.
길어야 5분 정도지만 아이가 집중해서 하나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음 놀잇감 (?)을 찾으러 가기 전에 한 번씩 하는 행동이 놀랍다.
애착 인형을 안으며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토끼, 사랑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내가 애정 표현을 정말 아낌없이 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심심치 않게 아내가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우리 딸 사랑해”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가끔은 아이가 먼저 “엄마, 사랑해”를 외치며 끌어 안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매우 낮은 확률로 “아빠, 사랑해” 하며 립 서비스를 해 주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아내와 아이가 서로 사랑해를 남발하기 시작하면 나도 괜히 가서 같이 안으며 아빠도 우리 딸 사랑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아빠, 가라!
(본 메거진의 제목입니다.)
속상할 때가 있지만 생각해보면 원인은 나에게 있다.
아내의 잔소리 중 자주 있는 잔소리 하나가 바로 표현을 좀 해라라는 것이다.
나를 보고 있으면 표현에 박해도 너무 박하다고.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아이와 놀아줄 때 전력을 다해 표현을 한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한 리액션을 보여주지만, 나는 겨우 대답만 해주는 정도다.
이런 잔소리를 들으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갱상도 사나이가 그런 거 몬한다~
여지없이 아내에게 처 발리지만, 그래도 항상 하는 대답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해서는 답이 없겠다 생각에, 아내가 사랑해를 하면 반드시 나도 딸아이에게 사랑해하며 애정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도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항상 아빠 왔다~ 아빠 안아줘~ 아빠가 우리 딸 사랑해~라는 말도 하기 시작했고 말이다.
경상도 사나이라고 애정 표현에 박해도 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 아닌가
우리 집에서 공식 서열 3위인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애정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 여러분, 애정 표현합시다!
P.s. 아내에게 하는 것도 잊지 마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