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꼰대라고?

어쩌다 꼰대

by 윤아부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하디 평범한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해서 아침밥을 먹고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평소 나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는 팀 동생이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에 나와 마주쳤다. 평소 같았다면 비슷한 시간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같이 걸어가는 친구인데, 그날은 조금 늦게 온 것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오늘 좀 늦었네?


그 한마디가 화근이 되었다.




오전 10시 휴게 시간. 팀의 젊은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서 노가리를 깐다. 그 시간에 내가 꼰대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내가? 왜?


이유를 듣고 보니 내가 그 동생에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 좀 늦었네?


응? 그게 왜? 그것 때문에 내가 꼰대라고?




우리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전 팀장님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꼰대라 불렀다. 그는 누가 봐도 꼰대였다.


8시가 정시 출근이지만 그는 10분 전인 7시 50분까지 오기를 강요했다. 강요에 의해 평소 7시 45분쯤 도착을 했지만 한 번씩 늦어서 7시 50분을 넘겨서 들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팀장님 자리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었으니,


오늘 좀 늦었네?


아뿔싸.




오전에 이야기를 듣고 정황을 생각해 보니 오해다. 이건 오해가 분명하다.


내가 꼰대라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냥 평소보다 조금 늦게 온 동생에게 자연스러운 인사를 한 것일 뿐이다. 그 친구가 늦게 오던 일찍 오던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예전 팀장님도 그런 느낌으로 우리에게 조금 늦었네?라는 표현을 한 것이었겠거니.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런 의도였구나. 그냥 평소보다 진짜 조금 늦었네? 하는 순수한 의도였구나.


오후 휴게 시간에 다시 모였다. 해명을 했다.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왔다고 물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보니 전 팀장님도 그런 의미로 우리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겠냐고.


일이 더 커졌다.


이 형 진짜 꼰대네. 꼰대 마인드 부장님을 이해를 해 버리는데?


제기랄.




그렇게 나는 팀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꼰대 형님이 되었다.


상사가 꼰대스런 행동을 하고 나면 나에게 와서 물어본다.


형님은 저런 행동이 이해가 가세요?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또한 꼰대 판독기가 되었다. 내가 꼰대의 마인드를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해가 가는 행동이면 그 행동은 꼰대 짓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였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장난친 거라 생각했으니까.




회식을 하던 날이었다. 그런데 꼰대라 불리던 팀장급 어르신 한분이 뜬금없이 나에게 말했다.


자기, 꼰대자나?


최근에 꼰대 형님이 된 내가 듣기에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꼰대스런 사람 중 한 명이 나를 꼰대라 불렀다.


제가요? 대체 왜요?


이유인즉슨, 지금은 팀장도 뭐도 아닌 본인에게 본인 월차나 반차인 날 카톡을 보내서 업무를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카톡 증거도 보여줬다.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던 그 전 팀장님의 주특기다. 주말이면 사무실에 출근해 출근하지 않은 팀원들에게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건다.


잘 쉬고 있나? 내는 출근 해 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알아서 그렇게 열심히 근황을 알려준다.


그래, 주말이나 월차 때 연락받으면 그렇게 싫었지. 그런데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행동을 해 버린 것이었다. 나는 괜찮겠지 따위가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는 그렇게 꼰대 형님이 되었다. 그리고 꼰대 판독기가 되었다.


어쩌다가 내가 꼰대가 된 것일까. 지난 회사 생활 십 수년간 배운 것들이 그런 것들 뿐이다.


이제는 MZ 세대들이 기업의 꼰대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나도 MZ세대인데..). 어찌 보면 더 이상 이런 꼰대 문화를 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 세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꼰대’가 아닐까.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지난 십 수년간 내가 겪은 꼰대들의 이야기나 한번 풀어 봐야겠다.


어쩌다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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