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대체 뭔데?

뭔데 내가 꼰댄데?

by 윤아부지
나는 조선소 짬밥이 12년째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조선소 짬밥이 몇 년인데~라는 표현을 종종 듣는다. 자신의 경력을 짬밥이라고 표현하는 곳이 흔치 않을 텐데, 우리 회사는 아직도 이런 표현이 흔히 사용한다.



짬밥이란 말은 군대에서나 쓰는 표현이다. 예문에서도 꼰대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도 회사 다니면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다. 내가 짬밥을 먹어도 니보다 십 년은 더 먹었다 이놈아! (밥 많이 드셔서 좋으시겠습니다)


그만큼 우리 회사는, 조선소의 문화에는, 아직도 군대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의 90% 이상이 남자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직원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은 곳, 바로 조선소다. 그러니 조직 문화가 군대와 비슷한 것은 당연지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가 조선소 짬밥을 수십 년 드신 분들을 꼰대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꼰대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서 대체 꼰대가 뭔데? 꼰대란 표현, 나도 참 많이 썼고 또 쓰고 있다. 그런데 정작 꼰대의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


그냥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뭔가 안 좋은 뜻인 것 같긴 하다.


사전적 의미의 꼰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 이 의미가 가장 와닿는다.


그런데 내가 꼰대라니. 내가 그렇게 권위적이었단 말인가?




나는 남중 -> 남고 -> 공대 -> 군대 -> 조선소의 전형적인 남초 테크트리를 탄 케이스다. 그래서 군대 문화가 매우 익숙하다. 그 익숙함이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꼰대가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선 후배 간의 관계가 딱딱했으며 군대에서는 나이도 따지지 않았다. 계급만 있을 뿐.


처음 회사에 와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꼰대력을 보고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이 회사에 와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어매이징 한 꼰대들을 다수 보았다.


회사 물을 몇 년 먹은 시점이 지나서 학교 친구들을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어 보면 우리 기업 문화에 다들 놀라고는 한다.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공대 물이 사회 물에 희석되었는지 꼰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가끔은 꼰대 문화가 좋을 때도 있지 않을까?


나는 다른 기업의 문화를 잘 모른다. 우리 회사의 문화가 더 꼰대스러운지 덜 꼰대스러운지도 사실은 잘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는 말할 수 있다.


꼰대 문화가 좋을 리 없습니다.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다. 그들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퇴사 사유중 하나가 바로 우리 기업의 '꼰대 문화'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10여 년간 내가 겪은 꼰대 문화들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글로 쓸 정도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기업 문화란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가 꼰대 소리를 듣게 된 이 시점에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꼰대들이 본인이 꼰대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이런 문화가 더 안 고쳐지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꼰대인 줄을 모르는데 이런 문화가 있는지 알 리가 있나.


그래서 나는 왜 꼰대인 건데 대체? 이유를 모르는 것 보니까 꼰대가 맞긴 맞나보다.


페이스북, 약치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