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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Jul 16. 2024

비둘기는 죽지 않는다

비둘기는 죽지 않는다 / 하기



어젯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베란다 창문 밖 빈 화분에서

날개를 접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너


너의 무사를 기원하며

나는 창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미동도 없던 너


내일 아침 너의 영결식을 치를 걱정에

나는 오롯이 잠들 수 없었다


아내는 119를 부르자고 했고

딸아이는 가장의 책임을 운운하며

나의 결단을 요구했다


우리 가족 모두를 잠들지 못하게 한 너

나는 밤새 너의 처리에만 몰두했다


두려움에 떨며 행여 남아있을 너의 온기를

차가운 창 밖 저멀리 던져버려야하나


주섬 주섬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종량제 쓰레기로 버려야 하나


쓰레기매립장에서 차마 화형 당할 너의 안위는

먼동이 터오르기전까지 내 안중에는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의 밤이 지나고

베란다에 빛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우리 모두는 블라인드를 열고 창문 밖 그 자리를 응시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보았지

너라는 존재의 흔적들


몇 개의 깃털과 배설의 증거를 남기고

잠시 머물렀던 꽃의 자리를 박차고

너는 다시 비상의 날개짓을 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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