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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Sep 13. 2024

지평선을 바라본다, 성향숙

지평선을 바라본다, 성향숙



비 온 뒤 선명한 현이라니

저 현을 건드려 소리를 내고 싶다


비의 수직은 현을 두드리는 방식

밤새 빗방울이 현을 뜯는 소리 들었다


부산한 수직들이 엎드려 고요한 지평선이 되었나?

직선이 외롭다 생각한 건 처음이야


나와 죽음을 연결하면 지평선으로 편입된다는 생각

적막해지는 하나의 선으로

울음조차도 일으킬 수 없는 청결한 죽음


지평선이 일어나 걸어온다

저 먼 선을 건너오는 사람은 어린 나무가 자라는 것 같아

수평선을 넘어오는 태양도 노래를 품고 커지지


기적을 부정하면 기도는 필요 없을 거야

고래가 되어 먼 바다의 고요한 현도 연주할 수 있겠지


양쪽에서 팽팽히 잡아당기면

온 우주의 물방울 악사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해도 좋을




성향숙 시인 프로필


경기도 화성 출생

2008년 '시와 반시'  신인상 등단

시집 '엄마,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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