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로 한국식 공부를 시작하여 모든 것이 새로운 아들에게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탁월한 수업은 재미와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집에 와서 “엄마, 선생님들이 어벤저스야!” 하면서 하루 동안 수업에서 일어난 일들과 선생님들의 설명과 아우라를 신이 나서 말했다. 국영수사과는 물론이고 음악 선생님의 오페라 배경 설명과 체육선생님의 몸짱 얘기까지
아들에게 모든 선생님들이 ‘히어로’였다.
영어시간에 수행평가 점수를 매기는 것에 대해 “공평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손들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면 자신의 점수가 깎이는 게 돼서 반 전체가 빵 터져 웃었다고 한다. 국어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고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 얘기를 꺼내면 아빠, 엄마와 함께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특히, 아빠의 막강한 독서력은 거론하는 모든 작품을 망라하고 작품 이해와 공감뿐 아니라 새로운 시각과 작품 추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우리 사이에 지적 유대감이라는 것이 끈끈하게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고등학교 공부가 입시 위주의 암기식 공부라고 생각했기에 조금 회의적이었는데 아들과 지적 유대를 나누고 수행평가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나의 생각이 좀 바뀌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의 원서를 아빠방 서재에서 찾고 아빠에게 질문하면서 아빠에 대한 지적 존경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 또한 부지런히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교사들은 아직도 생각보다 심한 행정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잡무 와중에 수시로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고 30명의 생활기록부를 수시로 누가 기록하고 나이스에 입력해야 한다. 학기말에 몇 주씩 작성, 점검, 수정하는 것을 보고 남편은 단편소설 몇 편 써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누누이 고생이 많으신 선생님들 최대한 도와드리라고 당부했었다. 영어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에 길게 줄 선 학생들의 영어 대화 암기 수행평가를 확인하느라 힘들어 보여서 선생님 입에 초콜릿을 넣어드리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교과세특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아들의 교과세특을 위해서는 아들이 평소 수업 담당 선생님과 바람직한 학업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이미 자연스럽게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