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 제일 마지막에 나온 아들이 차를 타자마자 “엄마, 현관에 계신 저분이 내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님이야.”라며 남자 선생님 한 분을 가리켰다. ‘아버지’라는 표현을 썼던 그 선생님의 전공은 경제였고 1학년 사회를 담당하는 분이셨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조명에 비친 맑은 얼굴에서 고결하고 속 깊은 정신이 느껴졌다. 아버지라고 하기엔 젊고 순수해 보이시는 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님은 리더반(상위권반) 담당 선생님들 중 한 분이셨다. 아들은 리더반에 들어가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님과 교과목과 입시 상담 외에 인생 얘기도 나누는 것 같았다. 엄마처럼 보살펴 주는 영어 선생님 덕분에 아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담임선생님 덕분에 국어 과목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고 담임선생님께 수시로 가서 이런저런 얘기와 고민도 나눴다. 화학 선생님 수업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집에 와서 다짜고짜 엄마 아빠를 자기 방에 앉히더니 칠판에 어려운 화학식과 설명을 똑같이 흉내 내면서 아빠가 화장실 가려고 하니까 “무단결과”라며 칠판을 치면서 집중하라고 호통을 쳤다. “선생님, 저 부분이 이해되지 않습니다.”하고 질문을 했더니 어찌나 열심히 설명하는지. 화학 수업이 30분을 넘어서면서 자세가 흐트러지고 눈빛이 희미해지는 걸 보더니 농담을 던지면서 살살 구슬리기도 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 음악 선생님의 오페라 수업을 듣고 다른 오페라와 클래식을 더 찾아보면서 곧 자신의 일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클래식과의 사랑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지적, 정서적 영향을 받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공교육에 대한 확신도 더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