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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Oct 20. 2023

무당.

제1장. 사랑.


스산했던 마을 초입이 소란스럽다.

요란한 북소리와 깨질 듯한 징소리에,

사람들은 희뿌연 숨조차 멈추었다.

어느 이름 모를 무당이 굿을 한다 다.


창백한 빛의 희번덕이는 칼은

검은 하늘을 수없이 베어내었고,

격렬한 오색빛의 춤사위는

삭막하기만 대지를 뒤흔들었다.


번이나 멈칫하던 무당의 하얀 발은

끝끝 날 선 작두를 올라타고야 말았다.

선연하게 흘러내리는 붉은 피는,

작둣날 조차도 무뎌지게 적셨다.


빗물인지, 땀인지, 아니면 눈물인가.

희미한 무당의 베옷은 누렇게 흥건했.

 눈깔을 까뒤집은 무당에게

내려앉았다고 사람들은 쑥덕였다.


'저게 무슨 굿인가요?'

'아. 저거요. 저게 사랑무카는 기라.'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거니까 잘 보시소.'

'팔십 평생 나도 처음 보는 라.'

'넘의 영혼이 저기 들어가 버렸다카네.'


피가 철철 거리며 흘러내려도,

눈물이 속수무책으로 타고 넘쳐도,

무당은 죽는지를 알면서도,

뭐가 그리 기쁜지 웃으며,

칼날 위에서 춤을 췄다.


넋을 잃고 바라보나는,

나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차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어,

그저 눈을 감았다.

그래도 나의 눈엔 무당이 보였다.


그곳에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춤을 추는,

처절하게도 아름다운 한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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