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제1장. 사랑.

핏물을 머금었던가

추락하는 붉은 동백들

하강하는 것들에게는

얼음같은 단호함이 서려있다.

모질스런 한기에도 견뎠던가

터질듯한 심장들

처절하게 꺾여버린 것들에

타오르던 심장은 서늘해진다.

투둑. 투둑. 투둑.

굳어버린 흙은 심장을 바스러뜨려

찢겨진 동백을 감싸 안는다

계절에 기대어 시간에 엎드려

모든 낮과 모든 밤을 흙은 견딘다.

또 한번의 겨울이 되면

붉은 동백은 흙의 품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렇게 동백은 차디찬 겨울을 몰아낸다.

다시 떨어져 내리는 동백들

흙은 부드러운만큼 단단하다

자신의 몸을 산산조각내어

다시 안에서 늘 감싸 안을 것이다.

흩날리는 사금파리들

풍화되어지는 시간들

그럼에도 사무치게 그리워질

한 시절들

흙은 그저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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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신규직원 강의를 마치고 둘러보니 어느새 동백은 지고 그 자리를 매화와 벚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 창으로 새어들어오는 벚나무가 생을 노래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이 참 복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고 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나무들의 향기를 닮고 싶어지는 시간입니다. 끓임없이 상처받더라도 끊임없이 사랑하시면 좋겠습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나무들처럼.

언제나 강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