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서재 강현욱 Mar 08. 2024

유배.

제3장. 삶.


무표정한 사람들이 몰려 와

소란스러운 나를 끌어낸

결단코 죄가 없다 항변했

그건 중요하지 않다 .


그들은 나의 목을

소상히 죄를 읽어준다.

시간을 허투로 흘려버린 죄

허상을 쫓아 살아온 죄

거짓을 적어 현혹한 죄

타인을 비방한 죄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죄

행복이라 스스로를 기만한 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죄. 죄. 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들이

거친 에서 쏟아져 나온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고 절규했으나

돌아온 건

얼음 같은 표정들

차디찬 고독으로의 유배형을 선고하니

다행으로 여기라 다.


 한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지나

그치지 않는 습지건너

그림자 하나 없는 곳에서

그들은 나를 내던지며

여기가 고독이라는 곳이라 다.


모든 죄의 말들이 돌고 돌아

은밀한 고독 속에서 참회하며

침묵이 되어 돌아나온

갈라진 붉은 혀는 사라졌으나

종이와 만년필 한자루에

이젠 혀가 없어도 웃을 수 있다.


세상은 지극히 고요하다.


덧. 봄이 왔습니다.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펴고, 봄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지극히 평온한 계절 되셔요~^^



매거진의 이전글 열 다섯번의 낮과 열 다섯번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