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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Aug 16. 2024

복날.

제3장. 삶.


어릴적 마을의 백구나 황구들은

살이 오르고 나면

붉은 태양이 삼킨듯

어느날엔가 하나 둘, 사라지곤 했다.


옆집 할아버지가 기르던 하얀 뭉식이.

뭉식이는 어디갔어요.

뭉식이가 사라졌어요.

마을 어른들은 뭉식이가 무엇인지 몰랐다.


이름을 지어주면 먹기가 불편하니까.


마을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사람들이 많은 걸 던져주니까.

뭉식이는 잘 먹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잘 먹었다.


눈가가 피고름으로 범벅이 되어

혀를 길게 늘어뜨린 뭉식이.

매맞는 뭉식이를 숨어서 훔쳐보던 그때의 나.

지금의 난 이제서야 눈물이 고인다.


잘 먹히고 싶어 살을 찌우진 않을 것이다.
비록 말라 비틀어지고

살점을 비집고 갈비뼈가 튀어나와도

삶이 던지는 질문들에

눈을 부릅뜨고 정면으마주할 것이다.


후...

갖다 버리지도 못하고 어디에 쓸데도 없는...

글 쓰는 나부랭이비루한 자존심.


그래도 삶은 뭉식이를 배신하듯

나를 배신한 적은 없다.

다만, 처음부터 매정했을 뿐이지.  


뭉식이가 무지개 마을에서 이젠 편안하길.

비록 나는 그럴 수 없을지라도.


덧.

친구와 소주 한잔하다가 옛날의 복날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어릴적 보았다는 매맞는 백구이야기를 들으며 영감이 들어, 삶과 연관을 지어보고자 했습니다. 못 먹던 그 시절에는 복날만큼은 잘 챙겨먹으려 했지만, 지금 시절은 평소에도 잘 먹으니 복날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선풍기 켜두고 수박을 함께 먹던 복날의 풍경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평소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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