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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된다.

저1장. 사랑.

by 시골서재 강현욱


다시 태어나면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스쳐 지나가는 너의 질문에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어쩔 줄 몰라하던 넌, 그렇게 달아났다.


나?...

들을 이 없는 답을 나무에 기대어 앉아 말한다.

나는 작은 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되고 싶어.

기다림이 업인 나무처럼

나는 잘 기다리고 싶으니까.


봄의 맑은 숨소리가 들리면 예쁜 꽃을 피우고

여름의 찬연한 햇살이 내리면 짙은 그늘을 만들고

가을의 우아한 음율이 연주되면 책갈피를 떨구고

겨울의 선연한 바람이 지나면 온 몸으로 견디는

사계를 묵묵히 담아버린 그런 나무.


나무가 되면

너를 만날 수 있을 니까

나의 무렵에 너는 가만히 앉을 테니까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줄 테니까

그러니 나무가 되고 싶은 거지.


아무말 없이 너를 지켜볼 수 있는 나무가

그럼 땅을 치며 울지 않아도 되니까

하늘을 향해 원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나무는 단단할 테니까.


지금은 그저 나무를 부등켜 안고

불어터지게 하염없이 울 뿐이지만

사실 내 몸 안에서 언젠가부터 소리가 들려.


사각. 사각.

투둑. 투둑.


뿌리가 내리는 견고한 소리가

연녹빛 잎이 돋아나는 살랑이는 소리가

두꺼운 표피 안으로 수액이 흐르는 소리가.


나는 어느새 나무가 되어 간다.


덧.

소설을 다듬다가 나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너무 무더운 날씨에 나무들이 새초롬하지만 잘 견뎌준 나무들이 기특합니다. 입추가 지나고, 견우와 직녀도 만났으니 남은 두 계절도 나무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겠지요. 고요히 성장하는 나무를 따라 애써봅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나무처럼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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