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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Mar 07. 2024

핸드폰 없이 밥 먹기

나는 이런 맛을 좋아했구나

밥 먹을 때 핸드폰을 보지 말고

온전히 맛을 느껴가면서

식사의 순간을 만끽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멀리 놔둔 채 밥을 먹어봤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편의점 도시락.

나는 여러 가지 반찬 먹는 걸 좋아해서

이 도시락이 마음에 들었다.

핸드폰을 안 보니 오롯이 밥에 집중할 수 있었다.


뭐부터 먹을까?

편의점 도시락 밥은 이런 질감이었구나.

이 김치는 내가 먹기엔 좀 시지만 느끼한 거랑 먹으니 괜찮구나.

나는 이런 어묵의 식감을 싫어하는구나.

내가 이런 종류의 햄을 좋아했지.

이런 햄 사려면 어디 거 사면되지?

나는 간장 양념 고기보다는 역시 고추장 양념 고기가 좋아.

이 양념은 맛있는데 안에가 맛이 없네.

나는 편의점 도시락에 있는 튀김류는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소시지는 괜찮은데 손이 별로 안 가네.


밥을 먹으면서

내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어떤 식감을 싫어하는지,

이 음식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건지 생각했다.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나를 알아갈 수 있다니!

좋다.


천천히 내가 먹고 싶은 속도대로 먹으니

27분이 걸렸다.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다 먹고 나서

더부룩할 때도 있고 배가 고플 때도 있었는데

먹는 순간에 집중해서 먹으니 속도 편하고 만족스러웠다.


무엇을 먹는지 메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나의 식사 시간을 충만하게 즐겼음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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