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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Sep 26. 2024

나를 위한 놀이

나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엄마다.

아이와 술래잡기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여름엔 같이 수영을 하고

겨울엔 눈싸움을 한다.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주위 사람들은 아이와 참 잘 놀아준다면서 칭찬을 한다.

그 칭찬에 우쭐함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이는 "외동인 아이가 짠하죠?"라고 묻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외동이라서 같이 놀 형제가 없으니 엄마가 열심히 놀아주는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처음에 아이와 열심히 놀아준 이유는 놀이가 아이 발달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무엇보다 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놀이의 힘'

'아이는 놀면서 자란다'

'아이는 놀면서 배운다'

이런 말을 전적으로 믿었다.

아이의 정서적, 지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더 열심히 놀이에 임했다.


나는 놀이가 아이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다 보니 놀이는 나를 위한 일이었다.

놀이를 할 때 아이는 새싹보다 싱그럽고 햇살보다 밝다.

아이의 얼굴에는 기쁨, 즐거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아이의 웃음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세상에 또 있을까.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 그 행복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나도 아이와 똑같이 행복하게 웃게 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순간에 주위 사람들과 하던 '카드놀이'를 떠올렸다.
그의 인생에서 승진하고, 집 평수를 늘리고, 사회적으로 인맥을 넓히는 것들은 이상하게 모두 가짜로 느껴졌고,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 있었다고 느끼게 한 것이 카드 게임 하는 순간의 순수한 즐거움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를까?

아이와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노을을 봤던 순간

함께 수영했던 순간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던 순간
포옹하고 뽀뽀했던 순간
다 같이 함께 웃었던 순간

아이와 열심히 놀아줬더니 행복한 기억이 가득 쌓였다.

아니, 놀아준 게 아니라 같이 논 거였다.

아이와 함께 놀아서 내 삶은 더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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