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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Sep 15. 2024

매일매일 놀기 좋은 날씨

하늘이 우중충 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 해서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책을 반납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음식점에서 밥을 시키고 앉아 있는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엔 갑자기 비가 쏟아지다가도 금세 그칠 때가 많아서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했다.

비가 좀 그치면 집에 가야지 하면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밥을 먹는 내내 끊임없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늘 비가 올 수도 있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줄은 예상 못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비가 잦아들지 않아서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에 갔다.

차를 한 잔 시키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구경했다.

호우주의보 문자가 왔다.

갑작스레 많이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는 것도 좋았다.

학교에 있는 아이 생각이 났다.

'이 비를 맞으면서 놀면 아이가 참 즐거워할 텐데.'


며칠 전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왔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 쫄딱 젖었다.

이왕 젖은 거 놀이터에서 비 맞으면서 놀자고 했는데 아쉽게도 비가 뚝 그쳐버렸었다.

비 오는 날 놀이터에서 놀면 워터파크가 따로 없다.

미끄럼틀은 워터슬라이드가 되어 아이가 타면 총알같이 튀어나온다. 스피드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나는 놀이기구가 되는 것이다.

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놀면 약간의 일탈을 하는 기분이다.

자유와 환희를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아이의 찐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꺅꺅 소리를 지르며 뛰어노는 아이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있다.

그 순간 내 얼굴에도 행복이 가득하다.


이렇게 비가 시원하게 오는데 아이가 옆에 없는 게 아쉬웠다.

나는 아이와 노는 걸 참 좋아한다.

같이 달리고 잡고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 좋다.

내가 가장 충만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아이와 같이 놀기 시작한 이후로는 모든 날씨가 놀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맑은 날에는 나들이 가기 좋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에는 바닥분수대에서 놀기 좋다.

흐린 날에는 그늘이 없는 곳에서도 놀 수 있어 좋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며 놀기 좋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연 날리기 좋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눈싸움하기 좋다.


모든 날씨가 놀기 좋아서 나는 모든 날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매 순간 놀자고 나를 놀이의 세계로 초대해 준 아이에게 감사하다.

귀찮음을 물리치고 기꺼이 놀이의 세계로 들어간 나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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