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왜 했을까?
9년 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이유라면 동거만 해도 되는 것이었다.
당시에 나는 5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사람을 많이 사랑했고 취직도 했으니
이제 결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이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앞으로 나의 삶이 얼마나 많이 바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는 새 하고 있었나 보다.
결혼을 하면 항상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먹고 한두 시간 TV를 보고 잠을 잤다.
달콤한 결혼 생활을 꿈꿨는데 내가 꿈꾸던 것보다 현실은 단조롭고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일상도 간절해지게 만드는 일이 생겼으니...
바로 아이가 생긴 것이었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나는 육아가 뭔지 아예 몰랐다.
임신했다는 게 신기할 뿐, 마음의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 아이가 태어났다.
그 후로 내 일상은 정말 송두리째 바뀌었다.
육아를 하면서 너무 힘들고 너무 외롭고 너무 억울하고 너무 지쳐서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결혼한 이유는 '함께 있고 싶다'였다.
여기서 '함께 있다'는 그저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같이 있을 때 핸드폰을 보는 것이, 말없이 TV만 보는 것이 그렇게 서운했던 것이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내가 결혼을 왜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연애할 때보다 더 노력해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을 위한 배우자의 노력을 알아주고 배우자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남편에게
"여보, 회사 다녀와서 힘들 텐데 아이 봐주고 집안일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니
남편은 나에게
"여보가 하루종일 아이 보느라 고생했지. 고마워."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네가 더 힘드네, 내가 더 힘드네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었다.
부부는 고생 경연 대회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도우며 함께 가는 동반자니까.
곧 결혼기념일 9주년이 다가온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
연애할 때부터 서로에게 해주었던 말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해."
그 말 그대로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결혼은 HAPPY ENDING이 아닌 HAPPY GROW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