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으면 좋은 경기가 나오나?
이번 아시안컵, 꽤 즐겁게 봤던 것 같다.
희노애락을 함께하면서 즐거움도 있었고, 답답함도 있었던 것 같다.
매주 풋살을 하는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과몰입 하게 되었고, 티비를 보면서 쌍욕을 뱉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좀 다른 시각이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와 저 새끼 도대체 왜저러냐?"하고 끝날 일을, "이제 SNS에 욕이 도배되겠는데? 위축되서 어떻게하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굉장히 무섭다.
실제로 SNS의 영향인지 조규성선수가 위축되어 해야할 상황에서 슈팅을 못하는 모습도 보여줬고, 경기장 밖의 세상에서도
축구 대표팀이 욕을 먹는 것을 넘어서서 인신공격 등 비난들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인식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마치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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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잘 생각 해보자, 어림짐작해서 어렸을 적 반마다 한명쯤은 축구선수가 되고싶다고 했던 것 같다. 이는 곧 수만-수십만의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있었을 것이고, 이들이 성장해서 '가장 잘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이 11명 차출되는 것이다.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으려는 사람들에 대비하여 11명의 인원들은 정말 피와 살을 깎는 노력들을 해 왔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경기 중 재능의 벽에 막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고, 본인의 실수를 자책하며 매일 같이 후회할 수도 있다.
이들의 '축구에 대한 진심'은 축구를 보는 우리보다 훨씬 깊을 것이고, 그들에게는 살아가기 위한 수단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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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속상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속상한 마음을 분출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알겠다. 근데 그것은 그들이 들리지 않는 곳에서 한바탕 욕을 하고 넘어가자.
이야기 하고 싶은 지금의 행태는 아래와 같다.
- 국대 그만 둬라
- 박용우와 조규성에 대한 특검을 개시해라
-> 이렇게 말 하고 나면 당신은 마음이 좀 개운해 지는가?
정말 솔직히 말해서, 큰 노력을 해왔던 '누군가'를 끌어내려 본인의 지위와 비슷하게 만들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에 이끌리는 것 아닌가?
그들도 정말 잘 하고 싶었을 것이고, 욕 먹기도 싫고 국가적 영웅도 되고 싶었을 것이다.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본인들도 욕 쳐먹으면 일을 잘 하게 되나?'
이런 찌질하고 저열한 행위는 그만 두고, 거울을 보고 운동장이나 한 바퀴 돌아 보고, 국가대표를 공감하고 본인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으면 하다.
그럼 국민은 국대에게 뭘 해야하나?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 박용우 선수, 조규성 선수 경기장 내에서 긴장감을 좀 줄이고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어요.
- 실수하지 않는 경기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여 줬으면 좋겠어요.
- 자책도 좋지만, 자책이 긍정적인 동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이번 경기 진짜 최악이였어요. 다음번에 더 좋은 경기를 보고 싶어요.
이러한 비판이라면 축구 선수들이 '상처'를 받기 보다는 '고마움'을 느끼고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 잘하려고 노력 한다고 본다.
좋은 사장(국민)과 함께인 직원(선수)들은 본인 성장에 더욱 열중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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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는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못하는 축구선수는 결국 국가대표에 차출되지 못할거고 도태될 것이다.
우리가 찾아가서 개지랄을 할 이유가 없다. 뒷담화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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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같은 사장 밑에서 일을 하면, 일을 잘 하고 싶은가? 사장에 대한 반발심이나 본인의 자존감만 내려가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