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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un 05. 2024

카톡 좀 봐도 될까?

[별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카톡 공격을 받는다.

그러니 절대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말기를.]



문자 폭탄 같은건가?

소통하지 않는 아이가 카톡에 목맨다고?


또 한번 '그냥'이란 이유로 자행한 친구 폭행사건으로 불려온 별이에게 

나는 툭 던져봤다.


"별아, 카톡 좀 봐도 될까?"

별이는 의외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번을 풀고 함께 카톡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 단답형 대답을 이끄는 질문이거나 대답이었기 때문에

읽어내려가기보다 그저 '보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별이는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공격으로,

온라인에서는 그야말로 카톡 공격으로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강한 에너지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건히 별이를 포기하지 않고 

응대해준 사람은 아빠와 고모였다.


카톡의 대부분 내용은 '사줘'였다.

별이는 하루에도 수십가지 물건을 캡처해서 보내며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아빠, 고모는 그래도 가족이니까.

대답없는 전 학습지 선생님과 할머니, 

아주 조금 호의적인 반 친구에게까지

그냥 모두에게 뭘 자꾸 사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캡처기능을 아는 것도 놀라웠는데 아무래도 복사/붙여넣기 기능도 숙달한 듯 싶었다.)


별이의 이런 카톡폭탄은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는 듯 보였다.

 

중간 중간 콧물과 비듬, 똥 사진을 보내기도 하였다.

윽. 방심하고 있다 마주한 사진들에 내 얼굴이 삭 구겨졌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마치 하나의 소리로 들렸다.

"제발. 누구라도. 나에게 관심을 좀 가져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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