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느강 유람선

브뤼셀 앤 파리

by 돌레인 Oct 13. 2019
아래로

2019. 6. 15



뷔페식의 호텔 조식을 맛있게 먹고 짐을 호텔에 맡긴 후 우리 부부는 세느강의 유람선을 타러 나섰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승선지인 '바토무슈'에 도착하니 이날의 첫 배가 승객들을 막 태우고 있었다.  밤사이 비가 그치고 너무나 화창해진 날씨에 모두들 우리처럼 마음이 들떠 보였다.


세느강을 따라 주요 관광지를 훑은 유람선은 생 루이 섬을 벗어나자 크게 선회하고선 되돌아가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테섬에는 노트르담 이외에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생트 샤펠' 성당과 마리 앙트와네트가 마지막 여생을 보냈던 '콩시에르주리'가 있다.  프랑스혁명 당시 그 무시무시한 단두대가 설치된 곳은 콩코르드 광장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비르하켐 다리를 지나자 배는 제자리로 정박하러 다시 선회했다.


약 1시간 30분의 다소 긴 코스는 파리의 주요 명소를 훑어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가성비로도 쵝오!!!  대신 뙤약볕에 앉아 있자니 잠시 일사병이 온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유럽의 햇살은 습기가 없어 매우 따갑다.  유람선에서 내린 후 에펠탑을 잘 볼 수 있는 곳인 '샤이오 궁'으로 쉬엄쉬엄 걸어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샤이오 궁은 1937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를 치르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현재는 인류 박물관, 해양 박물관, 샤이오 국립 극장, 건축과 문화재 도시 등이 들어서 있다.  궁 앞 트로꺄데로 광장(Place du Trocadéro)의 대포 모형의 분수대에서 시원스러운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후 파리 기온이 45도까지 치솟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분수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는 뉴스를 보곤 경악했다.  여행지 '파리' 하면 시그니처처럼 떠오르는 에펠탑의 바로 그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샤이오 궁에서 몽마르트르를 가려고 했으나 느낌이 쎄해져서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변경했다.  첨엔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내려갔다가 역한 '찌린내'에 깜놀해 급히 지상으로 올라가 버스를 타고 말았다.  바르샤바 화장실에서부터 맡아와 그런대로 참을만했는데 낙후된 지하철에서 풍겨오는 그 냄새엔 못 당했다.

샹젤리제 로터리에 내리니 곳곳에 시원한 분수대가 있었다.  작은 수영장 같아 폭염 땐 사람들이 너도나도 발을 담글 것 같았다.  우리집도 에어컨 없이 산 지 20년이 넘었지만, 옛 유적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의 대도시에 에어컨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존경스럽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 팔레'와 '쁘띠 팔레'를 지나쳐 가니 전동 킥보드를 탄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샹젤리제 대로변을 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킥보드 때문에 문제가 많은데, 보는 사람도 불안하다.  배터리가 다 된 킥보드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고, 또 그걸 일일이 수거해 가는 모습도 브뤼셀에서부터 봐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샤를 드골 광장의 에투알 개선문부터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까지 쭉 뻗은 2km의 샹젤리제 거리다.  샹젤리제(Champs-Élysées)는 '엘리시온 들판(Elysian Field)'이라는 뜻인데, 고대 그리스인들이 행복한 영혼이 죽은 후에 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이다.  바로 옆에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이 있어 경비가 삼엄하다.

콩코르드 광장을 건너 튈르리 궁전 입구에 있는 공중 화장실에 갔더니 긴 줄이 서 있었다.  요금을 내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서니 남자 흑인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사람이 나오면 변기를 닦고 페브리즈를 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따로 팁을 받는 통도 있어 선택사항이지만 사용하고 나니 못 준 게 미안했다.  유럽의 흑인들은 주로 고된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영어를 할 줄 알면 관광객 대상의 서비스업인 호텔 카운터나 식당 웨이터로 격상된다.  소매치기는 대부분 집시나 난민들이라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판단이 안 선다...






이날은 토요일이라 튈르리 공원을 포함한 파리 시내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점심때가 지났던 터라 공원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 새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남은 감자튀김을 슬쩍해 갔다.  식당에서 나와 어슬렁 걷고 있는데 오리 엄마가 새끼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했다.
우리도 빈 의자를 찾아 앉아 느긋한 오후를 만끽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튈르리 정원에서 샛길로 접어들어 루브르 장식 미술관이 보이는 작은 나무 그늘을 찾아 남편은 드러눕고 나는 그림을 그렸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진정한 '어반 스케치'라는, 현장에서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시간이었다.  그림을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이 그림을 보면 그때 맡았던 풀내음과 주변 소리 그리고 내가 바라보던 건물의 생김생김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카루젤 개선문을 지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도 지나치니 어디선가 고운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G 선상의 아리아>였다.  심취되어 듣다가 연주가 끝나자 열어놓은 바이올린 통에 팁을 주고 또다시 발길을 옮겼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루브르 궁전에서 에콜 데 보자르로 이어진 예술의 다리를 건너 퐁네프 다리 쪽의 세느강변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에 이젤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장소를 찾았다!!  남편한테 포즈를 주문해 촬영한 후 영화 속 장면을 함께 보여주니 엄청 좋아했다.  <Late afternoon in Paris>일까나...ㅎㅎ

브런치 글 이미지 9


이날이 지역 축구전이 열리는 날이었는지 응원단들이 대거 몰려와서 시끌벅적했다.  화장실도 들를 겸 이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하고난 후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노트르담도 함께 들러 인증샷을 남기고 짐을 찾으러 호텔로 되돌아갔다.





돌레인 작가의
작품이 좋았다면 작가를 응원해 주세요.
이전 08화 프랑스 국립 도서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