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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 도서관

브뤼셀 앤 파리

by 돌레인 Oct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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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식으로 기운을 차린 후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가고팠기 때문이다.  베르시 공원의 외벽을 따라 걸으니 세느강 건너편으로 특이하게 생긴 국립도서관이 보였다.  


다리를 향해 강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성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한 남자가 차를 가로막고 서서 거친 말을 쏟아내며 사진을 찍고 있는 거다.  보아하니 그 남자는 앞차 운전자였고 자기 차를 뒤에서 받아 뺑소니치려는 뒤차를 가로막은 거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뒤차 운전자가 그 남자를 그대로 밀고 가는 거다!  곧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도서관으로 이어진 '시몬느 드 보봐르' 다리를 지나는 동안에도 실랑이는 계속됐고 다행히 경찰차가 왔다.  같은 시간 브뤼셀에서 일을 마치고 파리행 플릭스 버스를 타려고 브뤼셀 북역으로 가던 중 두 남자의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보기 드문 광경을 서로 다른 나라에서 각자 보게 된 거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이며 <제2의 성>으로 유명한 '시몬느 드 보봐르'의 이름을 따 2006년에 지어진 이 인도교는 베르시 공원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바로 잇는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다리다.  시몬느는 사르트르와는 사상적 동반자 관계를 평생 유지한,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진짜 페미니스트의 선구자다.

사진 출처 : 구글


다리를 건너니 도서관 옥상으로 바로 이어져 입구를 찾느라 한 바퀴를 돌아야 했다.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애들이 신나게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얘들은 BTS를 알 것만 같았다.

도서관은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장관이었다.  5, 6층 높이의 나무들이 무성해 정글 같아 보였다.


이곳도 공공건물이라 입구 검색대에서 탈탈 털리며 입장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건 자유라 했다.    

복도마다 설치된 책상과 의자가 마음에 들었다.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자리마다 있었다.  중세시대 같은 고풍스러운 도서관 내부를 상상했으나 우리네 도서관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 약간 실망했다.  어쩌면 내가 못 찾아본 건지도 모르겠지만...


도서관 안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았더니 카페 점원이 셔터를 내렸다.  어느새 도서관 폐관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진 거다.  바깥은 여전히 밝아 시간 개념이 모호해진다.    






도서관을 한 바퀴 돌고 밖으로 나가 호텔과 가까운 '톨비악' 다리를 건너갔다.


검은 동굴 같이 생긴 곳이 베르시 공원으로 들어가는 플릭스 버스 정류장 입구다.  버스에서 내리면 공원 벽 위로 이어진 이 산책길을 따라 호텔로 오라고 남편한테 사진을 찍어 보냈다.

호텔로 돌아와 한국에서 가져온 건조 김치와 미니 라멘으로 허기를 달랬다.


11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한 남편이 나가서 맥주라도 마시자며 베르시 빌리지로 갔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가게도 거의 문 닫을 시간이라 맥주에 간단한 안주를 곁들이며 남편의 파리 입성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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