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앤 파리
그날, 우리는 장장 23000보(13.5km)를 걸었다!
베르시 호텔에서 짐을 찾아 샤를 드골 공항 바로 옆의 또 다른 호텔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파리 북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기계가 표를 먹어버려 당황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역에서 표를 넣어야 나갈 수 있어 남편한테 딱 붙어 통과해야 했다. 소매치기도 잘 피해 다녔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당하다니!! 그래도 파리는 우리를 따스히 맞아준 편이다.
떠나는 날 새벽,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하려는데 남편의 얼굴이 갑자기 새하얘졌다. 부치는 짐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걸 깜박했다는 거다! 남편만 헐레벌떡 짐 부치는 데스크로 되돌아가고 나는 먼저 게이트 앞으로 가 기다리기로 했다. 샤를 드골 공항은 규모는 작았으나 매우 복잡했다. 우리 짐을 부쳐줬던 폴란드 항공사 여직원인 '루이스'가 아니었다면 우린 큰 낭패를 봤을 거다. 혼자 기다리고 있는 내게 와서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정말 고마웠어요, 루이스...
경유지인 바르샤바에 도착해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귀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마침 2019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들과 같이 타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 멀기만 한지...ㅠㅠ 이번이 3번째인데도 장시간 비행은 적응하기 힘들다. 매해 미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남편의 체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정말 생각지 못한 갑작스러운 유럽행이었다. 남편의 출장길에 묻어간 거지만, 파리를 이틀간 나 홀로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은 여전히 꿈만 같다. 또 언젠가 튈르리 공원에서처럼, 남편은 그 시간들을 만끽하고, 나는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둘만의 여행을 새롭게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