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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과 노트르담

브뤼셀 앤 파리

by 돌레인 Oct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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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나가니 바로 앞에 로댕의 <키스>가 놓여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커다란 작품을 '소마 미술관'에서 본 터라 별 감흥은 없었으나 로댕 미술관을 이번 여행에서 제외한 탓에 아쉬움도 들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구릉 같은 곳에 위치한 덕에 저 멀리 에펠탑부터 바로 앞 콩코르드 광장과 오벨리스크까지 주변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삼성 갤럭시 핸드폰 광고판이 브뤼셀에서도 많이 보였는데 콩코르드 광장에 크게 붙어있어 왠지 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동양인들을 보면 대부분 중국 아니면 일본에서 왔냐고 물어 서글프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로고가 눈에 띌 때면 바로 저걸 만든 나라인 한국에서 왔다고 자랑하고 싶어 진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맞다...


튈르리 정원의 출입문과 가까운 분수대 주위의 의자에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빈 의자에 앉아 잠시 현재를 즐겼다.


에펠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튈르리 정원 문을 나서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콩코르드 광장을 가로지르는데 신호등이 죄다 고장이어서 사람들 무리에 묻어 건너가야 했다.  대부분 유럽의 차량들은 사람이 우선이지만, 사람끼리 뭉쳐야 안전하고 흩어지면 위험하다...>.<  요즘엔 여행 앱이 워낙 잘 만들어져 거리에서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덕분에 홀로 여행을 해도 편리하지만, 각자도생이 되어가니 삭막함도 느껴진다.






드디어 에펠탑의 코앞에 당도했다!!  낵아 파리에 왔노라~!!!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으나 조용히 핸폰의 카메라 셔터만 열심히 눌렀다.  

이 탑이 세워질 당시엔 그렇게도 욕을 해댔는데 이제는 파리 관광산업의 일등 공신이 되었으니 가치는 시간이 평가할 일이다.  에펠탑 주변은 노점상인들과 앙케이트를 가장한 걸인(?)들이 귀찮게 해 빨리 다음 장소로 가기로 했다.


파리의 버스 정류장 중엔 간혹 번호판만 달랑 달려있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잘 되어 있어 길 찾기가 수월했다.  

내가 탄 버스가 어느 로터리를 지나고 있었는데, 거리 풍경이 가관이었다.  버스와 택시 사이로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뒤섞인 가운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까지 보태지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게다가 코너마다 자리 잡은 빨간 차양 아래에서 그 먼지를 뒤집어쓰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라니~~~~!!!

목적지에 도착하자 배가 너무 고파와 마침 쌀밥을 팔고 있는 아시안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젠 나이가 드니 하루에 한 번은 꼭 쌀을 먹어야 한다...ㅠㅠ  길쭉하게 생긴 쌀의 푸석한 밥맛이었지만 아주 맛있게 바닥까지 긁어먹고선 가게에 딸린 1층 화장실을 이용했다.  가방을 챙겨가지고 들어가니 화장실 크기가 샤워실 만했다.  






원래 내가 가기로 한 곳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였으나 갑자기 노트르담을 바로 앞에서 영접하자 당황스러웠다.  오마이갓!이 저절로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화재가 난 당시 TV로 볼 때도 무척 안타까웠는데 직접 현장을 목격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바로 옆 골목에 있었다.  프랑스에서 영미문학 책을 사고 읽을 수 있는, 수많은 작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서점이다.  여기서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스>의 초판을 냈었다고 인스타그램 이웃 아저씨(Eli Weisz)가 알려줬다.


서점 안은 촬영 금지라 찬찬히 훑어봤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넓어 놀랐다.  위층은 게스트하우스로도 쓰인다.  서점에서 책을 사면 도장을 찍어줘 얇은 단편소설집과 서점의 시그니처인 에코백도 샀다.  점원이 책갈피를 세 개나 챙겨줘 환하게 웃어줬다.  청년, 복 받으시게~~


시테섬 건너편의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노트르담 앞을 지나쳐갔다.  펜스와 경찰차로 가로막혀 있어 안타까움을 더 자아냈다.  

전날 탔던 무인 지하철을 타고 새로운 숙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베르시는 신흥 도시답게 깨끗했으나 호텔에 묵을 땐 인원수별로 도시세를 따로 내야 했다.  워낙 낙후된 숙소에서 온 탓인지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나 보여 하나하나 둘러보다 소파에 잠시 몸을 뉘었다...

'베르시 빌리지'는 예전의 와인 창고를 레스토랑과 상점으로 개조해 만든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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