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018 올해의 작가상 2

MMCA 서울관

by 돌레인
그 시절, 소년소녀들은 왜
과학기술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나.
- 정재호
소공로 99-1

내겐 낯익은 오래된 건물 외벽들이 들어서 있었다. 실제로 지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한지에 직접 그린 아크릴화다.



노들 회관



정재호 작가는 <오래된 아파트> 연작으로 유명하다. 7,80년대의 구시대 아파트는 개발도상국으로의 도약과 중산층으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이젠 부와 신분으로 대변되는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에 밀려 철거 위기에 놓인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우리 근대사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니까...


남대문로, 소공로, 을지로, 인사동, 화남 빌딩들
난쟁이의 공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그래서 아프다...

작가는 하늘 위로 두둥실 로켓을 날려 보낸다. 실제라면 위로 곧장 솟구쳐 오를 텐데... 애드벌룬처럼 가볍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하늘에 닿고 싶어 용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에 착륙(조작이건 아니 건간에)해 전 세계는 우주로의 개척시대가 열렸다고 열광했다. 이후 미국은 소련을 겨냥한 ‘스타워즈 전략’으로 냉전시대를 종식시켰으나, 정치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국민학생이었던 우리는 그저 하늘 위의 달과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다.



윤승운 화백의 <요철 발명왕>은 당시 국민학생들 사이에선 베스트셀러였다. 요철 발명왕이 상상하고 궁리해 시도한 실험들은 매번 실패하지만 우리는 대리 만족했다. 만화니까 성공해도 되었을 법한데, 만화니까 실패해도 괜찮으니 맘껏 시도해보라는 윤승운 화백의 깊은 뜻이었을까...



그 시절의 국민학생이 어른이 되어 막상 달에 가보니 별 볼일 없더라는 뜻으로 읽히는 우스꽝스러운 그림이다.



그림들로 두 벽을 빼곡히 채운 전시실에 들어서니 마치 장면이 정지된 컬러 TV 화면 같았다. 그러고 보니 컬러 TV가 가정에 보급된 것도 그 시절(1981년)이었다.



요즘 같은 초고화질(UHD) TV라면 극사실주의로 그려도 부족했을 터다. 작가의 의도가 내 생각과 맞다면 탁월한 표현이다.



그저 그 시절은 그랬지, 그립네...라고 감상을 끝내기엔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나 역시 국가 주도의 ‘과학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었던 세대이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왜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 옥인 콜렉티브



옥인 콜렉티브는 종로구 옥인 아파트가 도시 개발로 철거하게 된 과정에서 결성된 작가 그룹이다. 철거 중인 아파트에 남겨진 주민들과 각종 축제를 벌이는데, 왠지 나까지 위로가 되었다. 삶의 터와 이별할 시간을 공동체가 마련해준 셈이다.


옥인 작가들은 더 나아가 현시대에서 또는 중심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황금의 집>을 뜻하는 ‘까사 돌(casa d’or)’은 제주에 위치한 음악다방이다. 15년간 요양원을 운영했던 할아버지 원장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하루 종일 들으며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으로 알음알음 찾아온 이들은 누구일까... 탑골 공원으로도, 노인정으로도 못 가는 지식층 노인들이었다.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듯한 또 하나의 공동체였다. ‘자유는 고독을 동반한다’는 말이 맴돌았다.


또 한편엔 인천에 위치한 예술가 공동체인 ‘회전 예술’ 작가들의 이야기가 화면에 흐른다. 주류에서 벗어나 죽은 물고기처럼 흘러든 곳이 인천이었다. 그 많던 홍대 가난한 예술가들은 어디로 갔을까...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그 너머로 밀려 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공동체가 이뤄져 서로를 위로한다.





올해의 화두답게 ‘여성국극’을 주제로 한 정은영 작가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관람을 끝내고 나서도 네 작가들이 제시한 ‘동시대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니 머릿속이 환기된 느낌이 든다. 동시대 미술의 매력이다....




블로그에 올렸던 예전 전시회 감상글을 정리하려 브런치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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