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1
오전 입장으로 예약한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기 전, 이른 아침에 여는 식당을 남편이 용케도 잘 찾아내었다. 나는 간단한 빵과 커피만으로도 만족인데, 너무 근사한 호주식 식당인 거다. 이런 곳은 시간 여유가 있거나 저녁이면 더 좋을 텐데, 시간이 촉박한 때 오게 돼서 심통이 좀 났다.
우리 숙소가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고, 식당 안에 있는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나는 BLT 샌드위치를, 남편은 훈제연어 베네딕트를 시켰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 거다. 게다가 우리보다 늦게 온 손님들에게 음식이 먼저 가 '이게 인종차별인 건가' 싶어 혼자 씩씩대고 있었다.
하지만 음식이 나온 순간, 아! 하고 깨달음이 왔다. 수란 만드는 수고스러운 시간을 까맣게 잊고 있던 거다. 커피도 함께 가져다주며 맛있게 먹으라며 미소를 지어줘 내 기분도 180도 변했다. 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30분 안에 다 먹어야 하다니~!! 남편을 흘겨보며 진짜 맛있게 먹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구겐하임 미술관에 당도했다. 유명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이 미술관에 대한 얘기는 내가 더 보태지 않아도 될 거다.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며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나선형 구조의 미술관은 공간 감상만으로도 족했다.
'GEGO'라는 건축가이자 엔지니어인 '거트루드 골드슈미트'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주로 가냘픈 선을 이용한 2, 3차원의 작품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이젠 고인이 되신 작가의 40년에 걸친 예술을 향한 열정에 감탄했다.
맨 위층에선 타임랩스란 주제로 사라 제(Sarah Sze)의 설치미술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 전시를 기획한 이가 구겐하임 부 큐레이터 '안휘경'이다. 그래서 영상 매체를 LG에서 지원했는데, 어쩐지 남편이 영상 속에서 비락 식혜를 봤다며 신기해했다.
고흐를 비롯한 후기 인상파 작품들을 모아놓은 미술관 소장품들도 있었는데, 현대 미술품 수집가인 탄호이저 부부가 기증하면서 이 미술관의 명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후에 알았다.
창밖으로 센트럴 파크가 내다보이는 미술관 커피숍에서 쿠키와 커피를 마시며 아픈 다리를 쉬었다.
맨 아래층에 있는 아트 숍에서 연필 한 자루를 구입했는데, 연필심이 단단한 데다 흐리게 나와 천년만년 쓸 것 같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