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2
구겐하임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센트럴 파크로 가는 길, 날이 갑자기 더워져 물 한 병을 샀다.
너른 호수가 펼쳐졌는데 이름이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란다. 존 F. 케네디가 총격으로 암살당하고 난 후 백악관에서 나온 재클린은 사업가 오나시스와 결혼해 전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얼마 가지 않아 둘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오나시스가 암으로 죽자 재클린은 뉴욕으로 돌아와 사회활동을 했다. 그 후 유태인 보석상인과 이 주변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며 이 저수지에서 자주 조깅했다고 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
걷다 보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뒤쪽 길로 접어들었고, 우뚝 솟아있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보였다.
6개의 야구 경기장이 있는 잔디밭(The Great Lawn) 너머로 벨베디어 성이 보여 가보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돗자리를 펼쳐놓고 따사롭다 못해 뜨거워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스타 바위 위에 세워진 작은 성으로, '세서미 스트리트'와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가가멜'이 사는 성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기상 관측소로 쓰이며 관광객 센터와 기프트숍이 있다.
'아름다운 전망'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벨베데레'에서 따온 이름답게 전망이 매우 아름다웠다. 날씨까지 환상적이었다.
성 바로 앞에 있는 연못 이름이 '터틀 폰드'인데, 카메라 포커스를 가까이 당기니 정말 거북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벨베디어 성에서 내려가 잔디밭 길을 한참 따라 걸어내려갔다. 노랫소리가 들려 가보니 안데르센 동상 앞에서 어떤 남자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분신인 미운 오리 새끼에게 손을 뻗고 있는 안데르센의 모습이다.
동상 뒤쪽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쉬고 있는데 나도 예전에 그려본 '은방울 수선화'가 잔뜩 피어 있는 거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 더 예쁘고 신기했다.
건너편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상이 있는데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비다 빠진 틈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동상 앞으로도 작은 연못이 있는데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는 모터보트들이 둥둥 떠있다.
작은 언덕들을 오르내리며 센트럴 파크의 풍광을 감상했다. 암석들이 꽤 보였는데 맨해튼에 초고층 빌딩들을 지을 수 있는 건 단단한 암석 덕분이란다. 대신 지하 주차장까지 지을 수 없어 대로변마다 주차 대란이다. 지하철이라도 쾌적하게 리모델링 하면 좋으련만, 외국인인 내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이니 어깨만 으쓱할 따름이다.
드디어 명성도 자자한 '베데스다 분수'를 찾아갔다. 복고풍의 테라스를 거쳐 드라마틱 하게 나타는 분수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너무 유명해 마치 영화배우 같은 '물의 정령'...
뉴욕 센트럴 파크 하면 떠오르는, 울긋불긋 가을빛으로 물든 '더 몰(The Mall)'이다. 미국스러운 커다란 느릅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이 길 끝에 작가 기념동상이 있어 '문학 산책길'로도 불린다.
과연 '셰익스피어 동상'이 서있는데,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도 등장한다.
호퍼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때 그린 그림이라 그런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겨울이면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장으로 변하는 '울먼 링크'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보였다.
이 돌다리는 '갭스토 브릿지(Gapstow Bridge)'로 센트럴 파크 남쪽에 있는 큰 연못의 위쪽에 가로놓여 있다.
길을 크게 돌아 센트럴 파크 안 동물원으로 향했다. <레이니 데이즈 인 뉴욕>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조지 T. 델라코테라는 미국 잡지 발행인의 이름을 딴 '델라코테 시계(Delacorte Clock)'는 동물들이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악기를 연주하며 뱅글뱅글 돈다.
마침 4시 30분이어서 연주를 했는데 음악이 생각보다 약간 기괴해 별로였다...>.< 하지만 만남의 장소로 딱인 곳이다. 바로 앞이 버스와 차가 다니는 5번가 대로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