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4
저녁을 먹고 거리로 나가니 오후 7시를 넘긴 하늘은 저물어가는 해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야경까지 보고 내려오려 했으나 더 못 기다린 탓도 있었다. 그렇게 또 재방문의 바람으로 남게 되었다.
다시 5번 애비뉴로 접어들어 북쪽을 향해 성 패트릭 대성당으로 걸어갔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성당과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는데 뉴욕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높디높은 빌딩 숲 한복판에 있는 대성당을 보니 우리나라의 명동성당과 조계사가 떠올랐다. 번화한 도시 속 영혼의 쉼터 같은 느낌이 든 까닭이리라...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고딕 양식의 높다란 아치형 리브볼트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에 압도돼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마침 저녁 미사가 진행 중이었고 소지품 검사가 한창이어서 나만 휴대폰을 들고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양쪽 벽을 따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각기 다른 성인들을 모신 작은 예배당들이 있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고딕 복고 양식 또는 네오고딕 양식이라 불리는 건축양식으로 1858년부터 짓기 시작해 1879년에 완공된 패트릭 대성당은 거듭된 광범위한 복원으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성당 출입구 바로 옆에 성 바오로를 기리는 코너가 있어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며 초를 켜 올렸다. 유럽 여행을 할 때도 성당에 들르면 꼭 불을 밝히곤 했다. 엄마 따라 절에 갈 때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바로 그 마음에서다.
성당 안팎엔 지금의 교황이자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동상이 걸려 있다. '프란치스코'하면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모든 부와 지위를 벗어던지고 탁발 수도사가 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오른다. 샌프란시스코도 이 분의 이름에서 유래됐긴 하다. 울 아들도 군대 성당에서 '프란치스코'란 세례명을 받았는데 종교적인 신념이라기 보다 맛난 간식 때문이었다.
정문에 서서 올려다보니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뾰족 첨탑과 장미창, 청동문이 한눈에 보였다.
패트릭 대성당 바로 앞에 록펠러 가문의 건물들이 있다. 거리 하나를 두고 신성한 신의 세계와 세속적인 인간 세계가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티탄족인 아틀라스는 제우스와 티탄족이 벌인 전쟁(티타노마키아)에서 티탄족 편에서 싸우다 완패하자 하늘(우라노스)을 떠받드는 형벌을 받는다. 아틀라스를 표현한 대부분의 형상은 무거운 하늘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는 모습인데, 이 동상에선 도리어 아틀라스의 강한 힘이 느껴졌다.
매해 12월이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록펠러 센터 앞으로 갔다. 펄럭이는 만국기를 배경으로 인간에게 최초로 불을 쥐여준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이 있는데 어딘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이 건물 맨 꼭대기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더 높은 '탑 오브 더 락' 전망대가 있다. 뉴욕의 주변 야경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보고, 엠파이어의 멋진 야경은 이곳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록펠러 센터를 등지고 5번 애비뉴 쪽으로 가는 사잇길에 수로 정원(The Channel Garden)이 있다. 미드타운의 고층 빌딩 사이에 있는 이런 작은 쉼터들이 뉴욕을 더욱 생기 있고 여유 있어 보이게 한다.
5번 애비뉴로 나가니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이 한층 밝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