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다. 영화는 온전히 시간을 들여야 그것이 지닌 이야기와 이미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를 작업하는 현장 또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전장이기도 하다. 현장에서의 시간은 곧장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첫 쿼터 첫 수업이었던 영화 분석 수업을 맡은 정성일 평론가님도 이런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첫 수업을 시작하셨었다. 과제 제출 기한이든 수업 시간이든 약속한 시간은 꼭 지키라고. 자기 시간 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시간 또한 소중하다는 말과 함께.
영화는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계획한 시간에 오차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부분도 미리 감안을 해야 한다.
결국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시간은 소중하지만, 그 시간에 어느 정도 오차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강원영상위원회의 강원 영상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소집 심사를 하러 가는 길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게 예정된 발표 시간 보다 늦게 나의 순서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었다. 3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당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에 조정도 필요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여유 있게 소집 심사 대기실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미리 30분 정도 발표 시간이 늦춰질 예정이라는 담당자 분의 연락이 있기도 했었고.
그렇게 강원영상위원회에서 마련한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 3년 만이었다. 이곳에 소집 심사를 하러 오는 일이. 3년 전, 단편영화 [내 자전거]의 소집 심사를 했던 곳보다 사무실이 더 크고 깔끔해지는 등 시설도 좋아져보였다. 그때 작업한 단편영화 이후 2년 동안 나는 소정의 영화 교육을 이수하면서 프로듀서와 스태프 등으로 다수의 단편영화에 참여를 했다. 그 단편영화 이후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해온 셈이다. 그러니 지금껏 해온 대로, 이번 영화를 위해 준비한 대로 발표를 해도 문제 없을 것이다.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그렇게 기다리다 마침내, 나의 순서가 되었다.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심사장으로 향했다. 그 길에서 담당 직원분은 나에게 발표 시간과 진행 방식을 간단히 안내해주셨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5분, 발표 종료 1분 전에 종이 한 번 울릴 예정이고, 발표 시간이 완전히 끝났을 때 종료 종이 한 번 더 울릴 예정이라 하셨다. 발표 종료 뒤에는 심사위원들의 질의와 그에 대한 응답이 10분 동안 이어질 계획이라 하셨다. 3년 전 발표에서도 정확히 5분에 맞춰 발표를 진행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곧이어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나는 자리에 올라섰다. 타석을 향해 공을 던지는 투수처럼, 나는 피칭을 위해 내게 주어진 마운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