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던 우리 이야기 -
음악극 <불편한 편의점>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도서를 원작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 독고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모아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으로 잘 엮었다. 이 이야기가 마치 실화처럼 실감 나게 연출되었다. 도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고, 이 음악극을 본다면 훨씬 더 감동적이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역 노숙자인 독고와 편의점 사장님이 서울역에서 만남으로써 이야기는 시작된다. 편의점 사장님의 배려로 독고씨는 편의점과의 인연이 이어진다. 사장님은 70세 이상이며 교사로 퇴직하신, 인상이 매우 인자하신 여성분이다. 이 분의 배려로 독고씨는 주변에 따뜻함을 전파시키게 된다. 독고씨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한다. 자신의 과거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설정도 참 마음에 든다. 가끔 나도 나란 사람에 대해 잊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나의 과거를 잊은 채 살아간다면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몇몇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첫째, 사장님의 단호함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독고는 소주를 먹어야겠다고 하고, 사장님은 이건 나와의 약속이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이 마치 교장 선생님이 문제 일으킨 학생에게 훈계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마냥 부드럽고, 자상하지만 않고, 할 말이 있을 때는 카리스마를 보이며 말하는 모습이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둘째, 독고씨와 쌍둥이 딸을 둔 영업 회사원이 무언의 짠(소주의 건배)을 하는 장면이었다. 느끼하지만, 정말 많이 웃겼다. 독고씨는 갓 태어난 아기, 즉, 성선설의 모습 같았다. 순수하고 마음이 깨끗해 보였다. 그런 모습들이 유머를 자극했지만, 감동으로 연결되는 장면들이 많아서 코끝이 찡했다. 심지어 아이와 함께 관람했는데, 4학년 아들은 감동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도 했다.
셋째, 독고씨가 오선숙 씨에게 조언해 주는 장면이었다. 오선숙 씨는 남편 없이 서른 살 아들과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의점 알바셨다. 그냥 우리 삶의 모습 같았다. 함께 살아가지만, 왠지 멀게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과 닮았다고나 할까? 이미 “답정녀”이다. 정말 위험한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이미 듣지도 않고, 정답을 정해놓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대화도 탁구공처럼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대화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서로가 본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원망하고 마음의 거리는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너무나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잘 풀어놓은 음악극 <불편한 편의점>, 아이들과 함께 교육적으로도 보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주인공들의 대사가 벚꽃처럼 흩날린다. 계단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수록 음악극 <불편한 편의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35도 넘는 뜨거운 날씨에 시원한 극장에서 볼만한 최고의 음악극, 그 자체가 힐링이다. 상영 중일 때 꼭 관람하면 좋겠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동료든.. 무조건 마음 찌릿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