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제
한 마을에 대장장이가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장인으로서 솜씨가 매우 훌륭했고, 그가 만든 검은 명검인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 명성은 마을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넘어갔다. 가끔은 다른 나라에서조차 그 장인에게 의뢰를 부탁할 정도였다.
그는 수십 년간 철저하게 지켜온 철칙이 하나 있었는데, 절대 하루에 3개 이상의 칼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그 정도의 솜씨라면 하루에 5개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도 있었다. 명성과 소문이 자자한 만큼 그가 만든 검 하나의 가격은 상당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막대한 돈을 벌 수가 있었다.
한편, 엄청난 내공을 가진 장인으로서 그에게 일을 배우고 싶어 한 젊은이들도 많았다. 여러 지역 곳곳에서 그에게서 제련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서 또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그가 제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제련술을 배우기 위해 오는 모든 사람을 제자로 받아주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너는 적합한 인재가 아니라며 쫓아내곤 했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그에게 제련술을 배우기 위해 오는 사람은 점점 줄어만 갔다. 그는 제자를 쫓아낼 때 자세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그 기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자신에게 일을 배우기 위한 젊은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장장이의 알 수 없는 기준에 부합한 제자가 한 명 있었다. 그 또한 자신이 왜 이곳에 남아있을 수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장인이 쫓아내지 않기에 일단 남아 있었다. 그는 이 일에 대해 굉장한 열의를 품은 사람이었고 엄청난 노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도 감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어떨 때는 의욕에 불타 한 달을 쉬지 않고 연습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지쳐버렸는지 10일 동안이나 철에 손을 대지 않기도 했다.
이것이 장인의 기준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단순히 의욕 있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남겼다고 하기에는 이 젊은이보다 더 뜨거운 젊은이도 간혹 있었다. 물론, 이 젊은이의 열망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 젊은이 정도면 장인에게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 중에서 굉장히 성실한 편에 속했다. 다만, 드물게 더 성실한 사람도 있었기에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이었다. 어찌 됐든 제자는 장인의 가르침 아래 역량을 키워갔다. 장인이 가르쳤다기보다는, 장인의 지도아래 역량을 키워갔다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흘러, 제자가 장인 아래로 들어온 지도 1년이 되었다. 제자의 역량은 상당히 발전했으나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특히, 그는 슬럼프를 많이 겪었다. 실력이 늘 때는 정말 빠르게 늘고, 정체될 때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칼을 만드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은 의욕에 휩쓸려 10개의 칼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나의 칼도 만들지 않았다.
하루는 그 장인이 제자를 불러 말했다.
“도제야.”
“네, 부르셨습니까?”
“네가 생각할 때 좋은 검은 무엇이냐?”
“단단하고, 모양이 좋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단단하고 모양이 좋아야 하느냐?”
“검이 단단하고 모양이 좋아야 사물을 잘 자를 수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보거라 그렇다면 좋은 검은 무엇이냐?”
“검이 만들어진 목적대로 뭐든지 잘 잘라내는 검입니다.”
“좋다. 그럼 그런 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단조 과정에서 모양을 잘 잡고 수많은 담금질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단조와 담금질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
“대장장이의 좋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건 검을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냐. 검이 어떠해야 하느냐?”
“아! 열을 받아야 합니다. 뜨거워야 합니다.”
“그럼 좋은 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검이 뜨거운 열을 받았을 때 모양을 잘 잡고, 열을 주고 식히는 걸 반복해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 좋다. 내가 갑자기 왜 이걸 물었는지 알겠느냐?”
“저에게 단조와 담금질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려고 하십니까?”
“그건 평소에도 알려주고 있지 않느냐?”
“그건 그렇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꾸겠다. 넌 어떤 도공이 좋은 도공이라고 생각하느냐?”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대장장이는 검을 잘 만드는 것이 좋은 대장장이일 것입니다.”
“그럼 검을 잘 만드는 대장장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긴 시간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의 방법은 무엇이냐?”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스승님 같은 훌륭한 사람에게 열심히 배우고,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쇠질을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전부냐?”
“별달리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
“너는 내가 왜 하루에 검을 한두 개만 만드는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잘 듣거라. 좋은 도공이 되는 것도 철과 마찬가지다. 꼭 도공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누구나 꿈꾼다.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잘하기 위한 목표를 세운다. 너에게는 대장장이가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특히 그것을 시작할 때, 젊었을 때는 엄청나게 뜨거운 마음으로 노력한다. 그러고는 믿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얼마 가지 못해 그 뜨거움을 잃어버리고 나아갈 의지를 잃는다. 그럼 만들다가 만 검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철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두 가지다. 반복적인 가열과 좋은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이걸 삶으로 말하면, 반복적인 동기부여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인 이상 항상 뜨거울 수는 없다. 지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식는다. 그럴 때 다시 뜨거움을 되찾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열의를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는 네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장인이 될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꾸준한 노력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뜨거움을 잃었을 때, 의욕을 잃었을 때도 노력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습관이다. 나도 젊을 때는 너처럼 의욕과 무기력의 파도 속에서 노력하고 관두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무기력할 때 노력할 수 있는 힘이란 걸. 그때부터 난 나와의 약속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하루의 한 개 이상의 검을 만들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한 페이지 이상의 서적을 읽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은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다.
습관을 만들어라, 너 스스로와의 약속을 만들어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지켜라. 좋은 장인은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 수 있을 때는 뜨거울 때다. 검이 뜨거울 때 두들겨 모양을 잡듯이, 네가 너의 목표에 대해 뜨거울 때, 그 습관을 만들어라. 그때는 열망이 있기에 그 습관을 지켜낼 것이다. 그렇게 습관을 만들어내면, 나중에 열정이 식고 무기력해질 때가 오더라도 그 습관은 유지될 것이다. 그때면 비로소 넌 좋은 장인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제 검을 만드는 일에 뜻이 별로 없다. 미련 없이 당장 관둘 수 있을 정도다. 먹고 살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난 재물에 별다른 마음이 없을 뿐더러, 이미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만큼의 돈은 벌었다. 하지만 그때 만든 그 습관 때문에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검은 만들게 된다. 그렇기에 난 의욕을 잃은 지금도 명성 높은 대장장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나이에 비하면 너의 실력은 탁월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아직 넌 수없이 쇠질을 해야 하며, 수많은 칼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넌 뜨거울 때만큼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반복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제자는 스승의 조언을 깊이 새겨 따랐다. 그 제자가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었는지, 끝까지 그 조언을 잘 따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말이 중요하지는 않으리라. 그대들의 삶도 결말이 아닌 전개에 놓여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