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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정리된 좁은 도로 위로 올라선다. 담쟁이넝쿨이 제법 자라난 높은 담은 강과 마주 보는 오른 편의 풍경을 완성했고, 강가에 붙은 왼쪽으로 벚꽃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이건 또 어디서 봤을까? 저 나무들은 야생 사과나무들이 아닐까? 참 유럽식인데. 참하고 고즈넉한 밤은 도시에도 자연에도 근처에도 멀리에도 뒤섞여 나직한 수상 마을을 창제했다. 기억해 나가는 삶의 일각에서 우리가 만든 연상, 연동, 사회, 이미지, 견해, 상식마저 안양천이 선포한 규칙이었던 걸까? 유럽을 가 보지도 않은 스무 해 전에 카모가와가 한참 더 임의적으로 나아갈 미래를 향해 미리 선포한 규칙이었던 걸까? 끝에 가까운 인상이 느리게 추격하는 저 교량, 약간 지친 발들에 따라 출렁이는 눈이 만지는 여섯 개의 가냘픈 기둥들로 하여금 거대한 차도를 지우고도 저렇게나 왕관처럼 고고하며 안심시킬 수 있다니, 저것은 말하자면… 이른바… 몰도바식 건축이 아닌가?
그러나 아직 어린 안양천도 역시 너와 나처럼 반푼이인 지라, 모자란 현재의 각자가 모든 재료들을 포착해 낼 수 없다. 여우 발은 덫의 영광된 일부가 되어 다른 발들을 노리는 것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상관없다. 아니 맹세코 너와 나에게 권하는바. 그것은 백치성에 반비례하는 천성의 채찍질, 유년기를 맞아 눈을 떠버린 강렬한 탐욕의 지복한 활동 기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백치인 것은 사실이나 또한 백치라고 고백하기에 민망한 사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