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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보 mabo Mar 18. 2022

식물의 위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건강한 가치

‘식물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Plants make people happy


꽃 가게 외벽이나 쇼윈도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다. 요즘 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나 인테리어 액자, 벽지 스티커도 등장했다. 정말 식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집을 영구적이지 않은 일시적인 거처로 생각하고 이동이 간편한 물건으로 집을 채우려 한다. 도시의 삶은 정원의 부재를 의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은 외부의 것을 안으로 들이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여행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양육의 욕구를 애완동물 대신 식물로 충족하려는 이도 늘고 있다. 식물은 오랜 시간 집을 비워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산책을 시키는 노력이나 비싼 돌봄 비용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도 한몫한다. 인스타그램에 #화초(#houseplants)로 태그 된 포스팅만 200만 개에 달한다. 사실 화초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기원전부터 중국인은 집에서 화초를 길렀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 정원은 바빌로니아 왕인 네브카드네자르 2세가 왕비에게 줄 선물이었다고 전해진다.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러 더 커진 창문과 정교해진 난방 시스템은 식물이 실내에서도 잘 자라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이는 여행자들이 수집해 온 표본으로 번식시킨 열대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시대에는 양치식물 마니아 pteridomania라는 용어가 탄생할 정도로 양치식물(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출현과 멸종을 거듭하며 진화한 가장 오래된 원시적인 식물로, 잎이 양의 이빨처럼 가지런히 생겨서 붙여진 이름, 고사리류)의 인기가 높았다.

화초를 기르는 이유 중 하나는 집 안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랑스러운 모양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우 미적 감성을 연출함으로써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반면 식물 인테리어는 장식적인 개념을 넘어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건강 관리의 방법으로 고려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다.


실내 공간에 녹색을 더해야 하는 이유


집중력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집중력이 점점 짧아진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책 한 권 읽는 것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우리의 뇌가 짧은 길이의 트윗이나 댓글, 헤드라인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뇌가 시시각각 변하는 수많은 정보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197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이미 예견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그는 ‘정보는 수신자의 주의를 소비한다’고 경고했다. 정보의 과잉이 ‘주의력 빈곤’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 심리학 저널>은 식물이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은 바 있다. 혹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완독이 올해의 목표라면 집 안에 살아 있는 식물을 들여 집중력을 높여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에도 영향을 준다. 사무실을 식물로 채웠더니 생산성이 15퍼센트나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회복을 돕는다

몸이 아프거나 회복 중인 환자에게는 대부분 꽃을 준다. 하지만 화분에 심은 식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과학 신문>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병실에 화분을 두었더니 환자들의 진통제 요구가 줄고 회복도 빠르며 혈압과 심박수가 낮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전통 치료법처럼 식물을 갈아 반죽 형태로 만들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 직접 복용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단지 옆에 두는 것만으로 치유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공기를 맑게 한다

세계 보건 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삶의 90퍼센트를 실내에서 보낸다고 한다. 이 경우 환경오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실내 환경은 점점 더 청소용 액체와 스프레이, 인테리어 자재에서 나오는 독소와 가스, 그리고 난방기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가득 차 있다.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일 역시 환기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 나사는 화초가 가정에서 배출되는 독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고 호흡을 더 편하게 만든다고 발표했다.


창의력을 높인다

이따금 마음을 짓누르는 깊은 공허함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생각하거나 뭔가를 만드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창조적인 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을 가까이 둘수록 창의력이 높아지고 아이디어 생산 능력이 향상되며 불안감도 완화된다고 한다.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

단순히 보살핌과 성장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화초를 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식물과 최소한의 상호 작용만 있어도 인간은 더 친절하고 공감 능력이 향상된다는 주장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식물이 놓인 테이블 위에서 식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작성이 끝나면 자유롭게 나가거나 원할 경우 자리에 남아 구호 활동용 종이학을 접어도 좋다고 제안했다. 실험 결과 식물 유무와 종이학 개수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식물이 사람의 긍정적인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면을 돕는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으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식물이 코르티솔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수면 장애와 불면증을 겪는 사람이라면 침실에 재스민이나 발레리안, 라벤더, 알로에 베라, 산세비에리아 같은 식물을 놓으면 도움이 된다.



집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


초보자

잎이 가지런하고 길게 자라는 접란(거미 식물)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리가 쉬워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길고 우아하게 뻗은 풍성한 잎들만 봐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잎을 잘라 다른 화분에 심으면 번식도 가능하다. 물과 빛, 온도에 예민하지 않고 생명력이 강한 편이라 식물에 자신 없는 사람도 도전해 볼 만하다.


침실

재스민 향기는 오래전부터 수면에 좋다고 알려졌는데 꼭 아로마 오일 형태가 아니어도 된다. 침대 옆에 재스민 화분을 두면 잎의 초록색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별 모양 꽃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휴식을 돕는다. 


공기 정화

고무 식물은 잎이 튼튼하고 반질반질해 보기에도 좋지만 유해 독소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다. 1989년 나사는 공기 정화에 가장 좋은 식물로 국화, 거베라 데이지 그리고 영국산 담쟁이덩굴을 꼽았다.


불안

‘시어머니의 혀’라고도 불리는 산세비에리아는 불안감을 줄이는 최고의 식물 중 하나이다. 또 두통을 완화하고 집중력과 에너지를 높인다.


애완동물

알로에 베라, 사고야자, 벤자민 같은 일부 화초는 털이 많은 친구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고양이나 개도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존재인데 인간의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식물을 키운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돈나무는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제거하고 복을 부르는 식물로도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애완동물에게 좋다.


<브리드> 7호 중에서 자유 기고가 사라 로드리게스 Sarah Rodrigues가 쓴 "식물의 위로"를 축약한 기사입니다. 마인드풀니스 매거진 <브리드>와 마보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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