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233~236
정신의학이 우리에게 드러내주는 것은, 때로는 미치지 않고도 미친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미쳤으면서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우리 자신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Et n'est-ce pas notre double image à tous que la psychiatrie nous révèle ainsi, tantôt avoir à'air fou sans l'être, tantôt l'être sans en avoir l'air?
어쩌다 밤 열 시 넘어 학원가를 지나칠 때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물결에 휩쓸리게 된다. (물론 거기 내 아이들도 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바뀔 줄 알았던, 서로서로를 긴 중노동으로 소모시키는 세상. 또? 월급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오르는 집 값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사는, 참으로 얌전히 미친 세상 등등.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정상적인 미친 짓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 세상에서. 어느 날, 한 중년의 여인에 내게 길을 묻는다. 길을 알려주자 이내, 또 다른 이를 붙들고 이번에는 다른 곳을 묻는다. 알고 보니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곳에서 길을 묻고 있다. 그는 대체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왔던 것일까? 하긴 뭐. 천 페이지 되는 책을 하루에 네 쪽만 읽고 맥락 없는 엉뚱한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 나 역시, 가지 못한 길을 잃어버리고, 가지 않을 길을 또 묻는,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