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353~356
왜냐하면 우리가 동물이 되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서이고, 지각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색에 의해서이고, 냉혹해지며 더 이상 (과거를) 회상하지 않게 되는 것은 음악에 의해서인데, 그것은 동물이 되면서 동시에 지각불가능하게 되는 것 즉 사랑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Car c'est par l'écriture qu'on devient animal, c'est par la couleur qu'on devient imperceptible, c'est par la musique qu'on devient dur et sans souvenir, à la fois animal et imperceptible : amoureux.
"스완이 귀를 기울이자마자 소악절은 그 자체에 필요한 공간을 그의 마음속에 만들어 줄 줄 알았고, 그 때문에 스완 영혼의 균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의 영혼에 어떤 여백이 쾌락을 위해 마련되었고... 소악절이 물질적 이익에 대한 걱정이나 모든 사람에게 가치 있는 인간적 배려를 지워 버린 스완 영혼의 한 부분을 텅 빈 여백으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스완은 거기에다 마음대로 오데트의 이름을 새겨 놓을 수 있었다." (마르셀 프루스트)
그녀를 사랑해서 그 음악이 감동적인 게 아니라, 그 음악의 감동이 너무 강해서 함께 듣던 거기에 그녀를 결합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를 사랑해서 편지를 쓴 게 아니라, 내가 쓴 글이 내 마음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서 거기에 그를 묻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냉혹하고 뜨거운 사랑이여!